[이런일이]
멀쩡히 살아있는 남편과 아들을 가출신고 후 숨진 것으로 속여 보험금을 타낸 비정한 아내가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서울 동대문구에 살던 최모(55·여)씨는 열살 많은 남편과 성격 차이 등으로 별거에 들어갔다.
아들과 단둘이 살던 최씨는 남편과는 연락이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최씨는 남편이 집을 나갔다며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최씨가 남편을 가출 신고한 이유는 몇 년뒤 드러났다.
5년 뒤인 2002년 10월 최씨는 법원에 가서 남편에 대한 실종선고 심판 청구를 했다. 필요한 서류도 꼼꼼히 챙겼다. 법원은 별다른 의심없이 최씨가 청구한 실종선고를 받아들였다.
가출신고 후 5년이 지나면 가정법원에서 간단한 사실확인을 거쳐 실종선고 심판 확정을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씨 남편은 졸지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게 됐다.
최씨는 법원이 확정한 서류를 가지고 남편이 가입했던 보험사를 찾아갔다. 최씨는 남편과 헤어진 뒤에도 보험금을 꾸준히 내고 있었고, 사망보험금 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최씨의 악행은 아들에게까지도 이어졌다.
최씨는 성인이 된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2007년 급기야 아들은 어머니와 떨어져 살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왔다. 아들이 집을 나가자 최씨는 남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아들을 가출 신고했다.
2011년 아들은 경찰로부터 가출신고가 되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어머니에게 신고를 해제해달라고 했지만 최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아들은 어머니가 부양할 가족이 없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기 위해 가출 신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몇년 뒤 20대 한창 나이인 아들은 망자 신세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 최씨가 남편에게 했던 방법으로 법원에 실종선고 심판청구를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들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경찰로부터 확인하고도 가출신고를 해제하기는 커녕 오히려 아들에 대한 사망 보험금을 3차례나 상향 가입했다.
심지어 일정한 직업이 없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40만원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도 매달 6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납부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경찰로부터 남편과 아들의 소식을 듣고도 "당시에는 남편과 아들이 가출상태였고 연락이 닿지 않아 법적 절차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처리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되묻는 뻔뻔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서 고용보험신고를 해야하는데 사망자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현재 가정법원에 실종선고 심판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과거 다른 보험사를 통해 교통사고로 큰 금액의 보상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남편에 대한 보험금 수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지만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과거 보험금을 타낸 경위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와 같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행위가 더 있을것으로 보고 금감원 및 각 보험사를 통해 자료를 제공받아 등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