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업체의 골프공 마케팅 대결이 뜨겁다. 직경 42.67㎜의 작은 공은 골프 경기장 주인공이다. 티샷부터 마지막 퍼팅까지 골프공의 향방에 따라 매주 수십만 달러(PGA투어 총상금 기준)의 상금 주인이 뒤바뀐다. 그래서인지 골프용품업체들의 골프공 마케팅은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골프용품업체들이 공프공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소모품이라는 특성상 골프클럽에 비해 구입 주기가 짧고 A/S가 없다. 게다가 재고도 쌓이지 않아 업체로서는 알토란 매출이 보장된다.
골프용품업체의 골프공 마케팅 기본은 선수 후원이다. 남녀 프로골퍼와의 골프공 사용 계약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명 선수가 특정 제품을 사용해 우승할 경우 해당 브랜드의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선수 후원으로 가장 쏠쏠한 재미를 본 브랜드는 단연 타이틀리스트다. 다년간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타이틀리스트는 지난해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에서도 프로 선수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 공식기록업체인 씨앤피에스(C&PS)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대회에서 74%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사용했다. 특히 14개 대회 중 10명은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사용해 우승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57%의 사용률을 보였다.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틈새시장 공략으로 극복했다. 몸값 비싼 선수보다 어린 유망주와 스폰서가 없는 무명 선수를 대상으로 후원했고, 컬러볼로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볼빅은 2013년 이일희(27)에 이어 지난해는 이미향(22)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 속의 국산 브랜드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만 우승 1회와 2위 4회를 차지했다.
우승은 없지만 최운정(25)의 활약도 돋보였다. 2위 1회를 포함해 ‘톱10’에만 10차례 오르며 상금순위 10위(104만8932달러ㆍ11억3000만원)를 마크해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2년간 선수 마케팅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브랜드는 스릭슨이다. 2013년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에 이어 지난해 초에는 김효주(20ㆍ롯데)와 계약해 박인비 못지않은 특수를 누렸다.
스릭슨은 또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하는 호주교포 이민지(20)와 계약, 다시 한 번 선수 마케팅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민지는 호주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지난해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9월 프로 전향 전까지 여자골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였다.
스릭슨은 이외에도 코리안 브라더스의 맏형 최경주(45ㆍSK텔레콤), 지난해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직행한 백규정(20ㆍCJ오쇼핑) 등 초대형 스타들과 계약하며 골프공 시장 2위 탈환을 겨르고 있다.
볼빅과 함께 국내 골프공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넥센은 경남을 거점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경남 지역에 타이어 생산공장을 둔 넥센은 2013년 경남 가야CC에서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를 개최하는 등 골프공 시장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새롭게 골프공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있다. 김하늘(27ㆍ하이트진로), 허윤경(25ㆍSBI저축은행) 등 미녀골퍼군단을 꾸린 혼마골프는 지난해 6월 TW-G1과 TW-G1x라는 두 가지 모델을 선보이며 공프공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