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직업병 보상 관련 협상이 처음으로 공개 진행된다. 첫 공개 협상인 만큼 교섭 세 주체가 그동안의 의견차를 좁히고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조정위원회 중재 하에 16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2차 조정기일을 갖는다.
지난달 18일 71일 만에 한 자리에 모여 1차 조정기일을 갖은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은 순조로운 협상을 위해 각자의 입장을 담은 제안서 발표 및 이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조정기일에서는 교섭 세 주체 각각의 입장과 이에 대한 조정위의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그간 보상 대상 및 수준 등에서 입장차를 보여 온 만큼 공개적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대화 및 의견 조율을 이루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교섭 세 주체는 이달 9일까지 조정위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조정위는 이들로부터 받은 제안들을 먼저 검토했다.
조정위가 교섭주체별 제안서를 미리 살펴본 이후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 간 의견 조율이 한층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정위 구성 전에는 세 주체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바로 의견을 주고받았던 탓에 긴 협상시간 대비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 틀만 갖춰졌을 뿐 삼성과 반올림의 입장은 그대로여서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과 가족위는 신속한 보상에 초점을 맞춘 반면 반올림은 보상 전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올림은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공개, 화학물질 및 안전보건 관리현황 종합진단, 반도체·LCD 공정 산재신청자 전원보상, 노조 설립 등 삼성전자가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반올림이 이날 조정기일에서 어느 수준까지 입장을 양보할 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지난달 2일 직업병 보상 협상을 조정할 조정위 구성을 완료했다. 조정위는 김지형(전 대법관) 조정위원장과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 조정위원 2인 등 총 세 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