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중' 몰랐다던 조현아 전 부사장, 공소장에서 거짓말로 드러나

입력 2015-0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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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사태 당시 항공기 운항이 시작된 줄 몰랐다고 주장해온 조현아(40·구속기소)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실제로는 이미 항공기 출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의 '2A' 좌석에 앉은 조 전 부사장은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여승무원을 질책하며 "무릎 꿇고 (서비스 매뉴얼을)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이어 일등석 출입문 앞으로 걸어가 이번에는 박창진 사무장을 향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운항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항공기는 이미 미국 JFK공항 제7번 게이트에서 유도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상태였다.

이에 대해 박 사무장은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고 만류했지만, 흥분한 조 전 부사장은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며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3∼4차례 호통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은 시종일관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을 직접 확인하고 뒤늦게 여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빙을 했고,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을 박 사무장에게 돌렸다.

그는 "네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네가 내려"라고 소리쳤고, 박 사무장을 힘으로 출입문 쪽으로 밀어붙이기도 했다.

결국 박 사무장이 내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승객 247명을 태운 항공기는 약 20분 출발이 지연됐다. 하지만 기내에서는 단 한마디 사과 방송조차 없었다.

이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조 전 부사장은 조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직원들에게 '거짓진술'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오후 4시께 여모(57·구속기소) 상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항공법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주문했다.

또 여 상무에게 '승무원 동호회(KASA)'를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신이 아닌 박 사무장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지시하신 대로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시로 상황 보고를 했다.

한편, 당시 조 전 부사장 외에 유일한 일등석 승객이었던 A씨는 땅콩 회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대한항공 고객센터를 통해 조 전 부사장으로 인해 겪은 불편 사항을 접수했다.

그러자 여 상무는 같은 달 10일 오전 7시 30분께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사장님, 이 승객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인데 고객서비스실에서 사과 및 위무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장님께서 고객서비스실에 특명을 내려달라"고 했다.

대한항공 고객서비스팀에서는 상무가 직접 나서 같은 날 일등석 승객에게 언론 접촉을 삼가줄 것과 불편사항을 '사과'로 잘 마무리 지은 것으로 말해달라고 회유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이같은 과정을 전부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총 5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의 첫 재판은 19일 오후 2시 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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