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뉴욕은 기회의 땅이잖아요!” 라는 영화 ‘칵테일’ 속 톰 크루즈의 대사 한 마디가 늘 머릿속에 맴돌던 1994년 어느 봄날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충주호를 지나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무작정 몸을 실었습니다.
‘배우가 될 거야’라는 막연했던 저의 꿈은 주머니 속 전 재산이 1만 2000원이었을 때도, 일거리를 찾기 위해 찾아간 서울 이태원이 몇 달을 머물고 지난 뒤에서야 서울 강남 압구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던 무지함 속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통증으로 전해질 무렵, 숀 펜이란 배우로 인해 다시 한 번 설렐 수 있었고, 그렇게 연극 ‘하카나’를 마치며 뜨거운 객석 반응에 감사히 고개 숙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패기와 열정만으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려가며 위태위태하던 시절 배우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 중 “당신의 연기를 빛나게 하려면 먼저 상대 배우의 연기를 빛나게 하라”는 말 한 마디가 그 동안 저의 연기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늘 새로운 설렘을 갖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다가올 예정작인 ‘헤롤드 핀터의 귀향’이란 연극 희곡과 올 한해 예정된 4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며 또 한번의 설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무수히 되뇌며 무대에 올랐던 1998년 연극 ‘구치소 뺑끼통’이란 작품을 통해 저의 첫 번째 꿈을 이루었듯 이제는 새로운 꿈을 향해 2015년의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 동안 백지였던 저를 연기자로 성장시켜준 수 많은 배우들의 설렘처럼 저도 언젠가 제 이름을 떠올리면 누군가에게 설렐 수 있는 배우로 기억 되길 소망합니다. 제 이름은 김장동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