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대화를 언급한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전문가들 모두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향후 남북간의 대화에서 전략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의 당국간 대화 제의에 대한 역제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과 부문별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하고 나아가 분위기와 환경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고유환 교수는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자신들이 과거 제안했던 고위급 접촉부터 하자고 한 것 같다"며 정부가 제안한 당국간 회담에 대한 화답보다는 '역제안'의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 북한이 앞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공세적 대화 제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리의 통일준비위원회 차원의 대화 제의 자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이 굉장히 공세적이고 강력한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분위기와 환경 조성이라고 표현했듯이 그 이면에는 나름의 조건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작년과 달리 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얘기하며 지난 몇년간 실시해온 경제관리 방법을 나름대로 평가를 해 올해는 좀 더 진전된 후속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또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한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간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화답으로 볼 수도 있다"며 "다만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측면이 있어 상반기에는 신중하게 분위기를 살피고 회담이 이뤄진다면 하반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예년보다 부각했다"면서 "김정일 '3년 탈상' 이후 홀로서기 단계에서 주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따스한 이미지를 주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 경제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노선을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특히 "북한으로서는 중국, 미국과의 관계 등 다른 데서도 발판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현실을 직시한 일종의 실용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제1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 등을 강조한 것에 대해 유 교수는 "작년 신년사는 장성택 처형 직후 발표했고 올해는 1년을 지내면서 최룡해, 황병서 등 새로운 실세를 등용했기 때문에 좀 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