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지난해를 마무리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도, 아쉬웠던 기억도 있게 마련이다. 지난 일을 반성하고 추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각자가 세운 신년 계획을 새해 첫 날부터 지키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시작이 지나간 일을 모두 잊어버리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아쉽게도 2014년 스포츠계의 마지막을 장식한 큰 이슈 중 하나는 부정적인 소식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계 비리 근절을 위해 2014년 2월 경찰청과 합동으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 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 신고센터를 출범시켰지만 출범 초기 기대와는 달리 용두사미로 해를 넘겼다.
문체부는 지난 12월 29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그간 접수된 비리건수 269건 중 29건의 비리 사실을 공개했다. 총 269건의 접수 건수 중 타당성이 있다고 보이는 118건에 대해 조사해 얻은 결과다. 하지만 이 중 검찰에 수사 의뢰 및 송치한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했다. 4대악 척결의 촉매가 된 고질적인 빙상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밖에도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의혹이 있었던 펜싱, 업무상 횡령이 거론된 승마 등도 언급조차 없었다.
아쉬움을 크게 남긴 채 이렇다 할 만한 소득을 얻진 못했고 비리의 핵심은 건드리는 것조차 못했다. 선수들이 흘린 땀만큼 보상을 받고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해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승부를 펼쳐야 한다. 누군가 부정한 방법으로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피땀 흘린 누군가는 피눈물을 쏟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종목별 경기 단체장은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그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람들이 경기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수장이 선수들에게 스포츠맨십과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이 같은 인물이 경기 단체장을 맡고 있다면 단지 해당 종목뿐만 아니라 정계·재계 역시 혼탁해지게 됨은 당연하다.
2015년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많지 않다. 동·하계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혹은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 빅이벤트가 짝수해에 열리기 때문이다. 범국민적인 큰 이벤트가 없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휴식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기 단체별로 큰 대회를 치르기 위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올 한해는 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2016년에는 당장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고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2년 앞으로 다가오는 만큼 빅이벤트 분위기에 휩쓸려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 역시 약해질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잊을 것은 과감하게 잊고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새해 첫날이다. 힘차게 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년 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