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연 2.0%로 ‘초저금리 시대’에 와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며 역대 최저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1%대 코앞까지 끌어내린 통화정책 판단의 중심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있다.
한은 부총재로서 김중수 전 한은 총재와 대척점에서 섰던 그는 2012년 한은을 떠났다. 그러나 지난 4월 중앙은행 수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시장에서는 정통 한은맨인 그가 ‘비둘기파(성장중시 온건파)’보다는 ‘매파(물가중시 강경파)’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러한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발표했음에도 지난 8,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경제심리를 개선하고 정부와 정책공조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10월에 두 달 만에 추가 인하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연달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0월 현재 예금금리는 평균 2.18%를 기록, 8개월째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출금리도 4.0%를 기록, 4%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돈의 흐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묵혀두느니 환금성이 높은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두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즉 시중자금이 단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풀린 총유동성(Lf·평잔 기준) 중 인출이 자유로워 사실상 현금에 준한 예금인 수시입출식예금과 현금 등을 합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9월 19.9%에 달했다. 이러한 시중자금의 단기화 정도는 2011년 3월 20.0% 이후 3년 6개월 내 가장 높다.
이밖에 단기성 금융상품의 판매 증가, 가계빚 급증,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부자들의 뭉칫돈 인출행렬 등도 초저금리 시대가 낳은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