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과도기적 상황은 어느 산업에나 존재한다. 개인들이 그것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직접 접점이 있는 산업, 특히 유통업에서다.
월마트와 아마존의 차이는 월마트가 온라인 쇼핑에 적극 뛰어들면서 별로 없어지는 듯했지만 그렇지 않다. 아마존은 이미 물류 시스템에 사람 대신 로봇을 대량 투입, 월마트와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
아마존은 2년 전 키바 시스템을 인수했고 캘리포이나주 트레이시 배송센터엔 1400여대의 키바 로봇을 도입해 주문처리비용 감소와 신속한 배송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규제 완화만 허락된다면 무인기 드론을 통해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전통적으로 고객들이 많이 사는 곳에 적절한 규모의 점포를 내고 영업을 해오던 기존 행태대로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고 있는 참이다. 고객들은 점점 PC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려고 하고, 이에 따라 때론 오프라인 매장이 휑뎅그레하게 비는 경우까지도 생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아침에 이런 시스템을 다 바꿀 수 없는 월마트는 일부 매장을 전자상거래용 물류 및 배송 센터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방문 고객이 적은 매장 직원들의 경우엔 전자상거래로 주문된 제품을 포장하고 이를 배송지로 옮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식품 부문을 강화한 83개의 월마트 슈퍼센터(Walmart Supercenter)가 월마트 닷컴에서 주문된 물품의 5분의 1을 배송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이 하는 일의 속도는 로봇이 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로봇이 1시간 당 움직이는 물품은 300개에 이르지만 월마트 직원들이 온라인 주문을 받고 옮기는 물품은 3분의 1 수준.
메이시즈의 경우 지난 5년간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데 발맞춰 4000여명의 현금 계산원들을 온라인 주문에도 대응토록 배치했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이들은 메이시즈 840개 매장과 12개의 물류센터에 물품이 있는지 찾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유통업체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더 싸고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경로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 이를테면 미국 고객들도 월마트나 아마존을 택하지 않고 아예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부터 직접구매(직구)하고 있다.
WSJ 칼럼니스트 데니스 버만은 이렇듯 기술의 발전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전 세계 고객들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고 있으며 유통 전쟁은 더 이상 국내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