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으로 상품간 차별화가 퇴색되면서 세계의 모든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중심의 경영을 핵심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제약업계는 손쉬운 방식으로 상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브랜드 경영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특허청이 국내 제약업계가 출원, 등록한 상표의 선택방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로 유명상표나 약품성분명을 부분적으로 모방하는 브랜드가 너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발기기능장애 치료용 약제인 ‘비아그라(VIAGRA)’가 유명해지자 세우그라, 노상서그라, 여보그라, BIG-GRA 등 '그라(GRA)'와 결합한 표장을 줄줄이 출원한 바 있고, 이 가운데 JOYGRA, 롱그라, 일나그라, 박달그라 등은 이미 등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명 코엔자임 큐텐(Coenzyme Q10)이 일반인에게 인기를 끌자, EnterQ10, InnoQ10, 헬씨큐텐, 헬쓰큐텐, 프로큐텐 등 큐텐(Q10)을 포함하는 표장을 2006년에만 44건이나 출원하였고, 큐텐, BQ10, 유비큐텐, 씨큐텐캡슐, 코큐텐, 코앤큐텐 등은 이미 등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약품의 사용처를 표장에 표시하는 사례로 아토피(atopy) 치료약제에는 아토파인, 아토팜, 아토원, 아토웬, 아토웰, 아토프리 등과 같이 아토(ato)를, 혈액관련 약제에는 헤모텐, 헤모틱, 헤모콤, 헤모겐, 헤몬, 헤모큐 등 헤모(Hemo)를 표장에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약품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쉽게 이익을 보려거나, 주원료 또는 용도 등을 상표에 부각시키려는 업계의 공통된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제품에 유사상표의 등록을 양산하게 되어 독창적 브랜드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제약업자 사이에는 상표권 분쟁의 빌미가 되고, 수요자에게는 상품출처의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특허청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한편,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본부 김상묵 심사관은 치열한 경쟁으로 품질이 평준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상품의 장기적 차별화는 결국 브랜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제약업계도 종래의 안이한 브랜드 선택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이미지에 맞는 독창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를 개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