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코엔 형제의 음악영화 '인사이드 르윈'과 OST

입력 2014-12-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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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영화 '인사이드 르윈'과 나약한 포크 뮤지션

올 하반기에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라는 음악영화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혹자는 '비긴 어게인'을 비슷한 시기에 앞서 개봉했던 영화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과 비교하기도 한다. 두 영화 모두 첫 장면으로 클럽에서 노래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외에 두 영화가 비슷한 점은 전혀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사이드 르윈'은 가볍게 음악이나 들으며 사랑을 노닥거리다가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는 흔해빠진 영화는 아니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과 레이 찰스의 펑키 재즈, 그리고 혜성같이 등장한 영국의 비틀즈가 공존하던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반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당시 포크송의 고향인 미국 동부에서 활동했던 포크 뮤지션 데이브 반 롱크(Dave van Ronk)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역시 데이브 반 롱크의 앨범 제목인 '인사이드 데이브 반 롱크(Inside Dave van Ronk)'에서 따왔다.

물론 이런 배경 지식을 알고 영화를 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는 데이브 반 롱크는커녕 감독인 코엔 형제가 풀이한 주인공 르윈(오스카 아이삭 분)의 내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이 같은 포크 뮤지션에 대한 관객의 무지를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르윈은 주목받은 뮤지션도 아니고 주목받게 될 뮤지션도 아니다. 그저 2인조 밴드에서 조금 이름을 알리다가 파트너가 자살한 후 주저앉아버린 의지가 박약한 지질한 남자일 뿐이다.

'인사이드 르윈'에서 가장 극적인 플롯은 르윈의 시카고행이다. 그러나 클럽 '뿔의 문'의 프로듀서 버드 그로스먼(머레이 아브라함 분)의 냉정한 평가에 따르면 르윈의 노래는 "돈이 될 음악"도 아니고 트리오에서 메인도 아닌 화음을 넣는 백업보컬 정도다. 이런 르윈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전통적인 작법에서 보지 못했던 주인공의 나약함에 대한 불편과 현실적인 동질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사진=영화 스틸컷)

◆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인물과 그들의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에 등장하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정겹고 따뜻하다. 가벼운 어쿠스틱 반주와 3성의 편안한 화음은 마치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고향의 그것과 닮아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도 가까이 다가서면 치열한 삶으로 나뉘 듯, 따뜻한 음악의 이면에 존재하는 르윈의 삶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레종 데르트(존재의 이유)다.

영화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 역을 맡은 오스카 아이삭은 실제 줄리어드 음대를 나왔고 배우를 시작하기 전 밴드 '더 블링킹 언더독스(The Blinking Underdogs)'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사이드 르윈'에서 배고픈 뮤지션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인사이드 르윈' 오디션용 테이프에 데이브 반 롱크의 'Hang Me, Oh Hang Me'를 부르는 장면을 직접 담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코엔 형제는 "연기와 연주, 노래까지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지 못해 체념하던 중 오스카 아이삭을 만났다"며 "오스카 덕분에 모든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에서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인물은 그룹 엔싱크 출신의 하이틴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다. '인사이드 르윈'에서 짐 역으로 출연한 그는 피터, 폴&메리(Peter, Paul and Mary)가 불러 화제를 일으켰던 '500Miles'와 직접 작사에 참여한 'Please Mr. Kenndy' 등을 부른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마냥 가느다란 팀버레이크의 목소리는 의외로 포크송에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과거 라이브 무대에서 'One Last Cry'를 담백하게 부를 때 제법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같다. 아무튼 '인사이드 르윈'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아이폰을 쥐고 나오는 '비긴 어게인'의 애덤 리바인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인사이드 르윈' OST 가운데 최고로 꼽는 음악은 르윈이 클럽 '뿔의 문'에서 부르는 'The Death of Queen Jane'이다. 고되고 험난한 길을 거쳐 마침내 도착한 시카고에서 부른다는 노래가 동요 같은 곡이라 조금 우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가사에 조금만 집중해보면 영화를 통틀어 르윈의 내면이 가장 말랑말랑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진(캐리 멀리건 분)의 배 속에 있는 르윈의 태아가 있고, 애버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얼굴도 모르는 르윈의 아들이 있으며, 시카고로 오는 길에 버리고 온 르윈의 고양이도 함께 한다.

'인사이드 르윈' OST 타이틀곡인 'Fare Thee Well (Dink`s Song) '의 가사처럼 "비둘기 같은 날개"가 있었다면 르윈은, 그리고 르윈을 닮은 우리는 지금쯤 어디를 항해 날아가고 있을까? 영화 속 르윈의 대사들을 엮어 리뷰를 마친다. "포크송이란 게 다 그놈이 그놈입니다." 그러나 "새롭지는 않지만 결코 질리지도 않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포크송이지요"…"X 같은 포크송", "얼어 죽겠는데 빌어먹을 코트 한 장이 없네요."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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