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승장구하던 뮤지컬이 올 들어 침체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 등 외형적 원인도 있고 외국 유명 라이선스 작품에 대한 큰 의존도, 스타 출연료 등 뮤지컬계의 거품 등 내부적 이유로 2014년은 뮤지컬이 큰 위기에 봉착한 해였다. 하지만 올해는 창작극의 성장 잠재력이 커 또 다른 도약의 가능성을 발견한 해이기도 하다. 연극은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고 조재현 등은 스타를 내세워 연극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연극계는 일부 단체의 내분 등 적지 않은 문제도 노출됐다.
“뮤지컬 등 공연산업은 위기에 서 있는 비상 상황이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 지난 8월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2014년 뮤지컬, 연극 등 공연은 설 이사장의 말처럼 어려움에 봉착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제작사가 출연진과 오케스트라에게 임금을 체불해 공연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됐다. 또한 뮤지컬 제작사 중 하나인 뮤지컬해븐이 도산했다. 매년 열렸던 한국뮤지컬대상은 전면 취소됐으며, 더뮤지컬어워즈 역시 시상식 행사 없이 수상자만 발표해 축소 진행됐다. 이처럼 공연 시장의 위기 배경으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관객 급감 등 외형적 요인과 외형 성장주의로 일관하며 내실을 기하지 않은 내재적 원인도 한몫했다.
올해도 여전히 유명 라이선스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티켓 판매매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모차르트’ ‘위키드’ ‘캣츠 내한공연’이 상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라이선스 뮤지컬의 강세 속에 창작 뮤지컬의 잠재 가능성도 발견됐다. ‘프랑켄슈타인’ ‘그날들’ 등의 호평은 창작극의 존재감을 높인 성과를 이끌었다.
올해도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양대 산맥 조승우와 김준수의 영향력이 다시금 입증됐다. 조승우는 ‘헤드윅’과 ‘지킬앤하이드’로 관객과 만나 강력한 흥행파워와 연륜을 과시했다. 또 김준수는 ‘드라큘라’를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하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옥주현, 김소현, 차지연 등 뮤지컬 스타는 물론, 규현, 비스트 양요섭, 엠블랙 지오, 샤이니 키 등 아이돌 출신까지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뮤지컬 ‘위키드’의 주연으로 전격 발탁된 박혜나는 올해 주목받은 샛별이다. 또한 최정원, 한지상, 손승원 등 뮤지컬 스타들의 스크린, 안방극장 나들이도 올해 눈에 띈 현상이다.
순천향대 신방과 원종원 교수는 “올 한해 뮤지컬계 위기의 원인은 내부보다 외부에 있었다. 문화산업에서는 원래 승자 게임이나, 돈을 번 사람이 너무 적다는 게 국내 현실이다. 시장의 위축이 제작에도 반영됐고, 뮤지컬계 오랜 관행이 시장과 맞물렸다. 한편 수입 작품이 여전히 강세였으나 ‘저지 보이스’ ‘블러드 브라더스’ 등의 사례로 능사만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줬다. 또 대형 창작뮤지컬에 목 말라 있던 관객에게 ‘프랑켄슈타인’ 등의 활약은 반가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