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이론에 따르면 한 국가의 상속자산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는 세 가지이다. 즉 사망률, 사망자와 살아 있는 자 간의 자산비율, 그리고 민간보유 자산의 크기이다. 첫째, 사망률이 높아질수록 상속자산 규모도 커진다. 사망률이 낮아지면 상속자산도 줄고 극단적으로 죽는 사람이 없으면 상속자산도 없다. 둘째, 사망자의 자산이 살아있는 자의 자산에 비해 많을수록 상속자산의 비중도 커진다. 만약 노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죽을 때까지 모두 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죽는다면 상속자산도 없어진다. 셋째로 민간 보유자산의 크기가 커질수록 상속자산 크기도 커진다. 특히, 국민소득 대비 민간자산 비중이 높을수록 상속자산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프랑스의 경우 이러한 경제 변수로 추정한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자산의 비율은 1900년대 초 24% 수준이었다가 1950~1970년대 6~8%로 낮아졌으나, 1980년대 이후 빠르게 높아져 2010년에는 20% 정도에 이르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상속할 수 있는 민간자산의 상당 부분이 사라져 상속자산이 줄었으나 1980년부터는 민간자산의 축적이 늘어나면서 상속자산이 늘어났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낮아졌던 사망률도 높아져 상속자산 규모는 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추정할 수 있다. 먼저 사망률은 아직은 수명 연장 등으로 높지 않을 것이나 조만간 인구의 정체 또는 감소로 상승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망률은 인구 증가 시기에는 하락하고, 인구 감소 시기에는 상승한다. 사망률은 수명이 연장돼도 죽는 사람이 많으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사망자 자산은 6·25전쟁 등으로 인해 1960년대까지는 미미했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아 사망자 자산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2014년 2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의해 발표된 국부조사 자료를 볼 때 국민소득 대비 민간자산의 규모도 미국·유럽 국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민간자산의 많은 부분이 생산과 관계가 작은 토지 등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상속자산의 크기가 빠르게 늘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상속자산 증가는 노동을 통한 부의 축적을 어렵게 하고 태어난 조건에 따라 계층을 고착화시킨다. 이는 양극화 심화와 자본주의의 역동성 약화 등을 통해 경제를 어렵게 한다. 한국은 상속자산 증가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다음 두 가지 방향에서 정책 대안을 찾아보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는 사람들이 보유자산을 현금화하며 소비지출 등에 사용하기 쉽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연금, 농지연금 이외에 임야 등 토지를 근거로 한 연금제도도 필요하다. 그리고 보유자산은 많지만 현금소득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주택이나 토지연금 등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둘째는 임대소득세나 상속세 등 부동산에 대한 공정과세를 통하여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부동산의 과다 보유 욕구를 줄여야 한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임대소득세가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데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부담도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것을 정상화하는 것은 상속자산 규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금 흐름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