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푸틴은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에 지고 있던 채무를 97% 이상 탕감해주며 우즈베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옛 소련권 국가들을 끌어 안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날 수도 타슈켄트서 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항상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둬왔고 이는 역내 안정화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의 채무관계 청산을 포함한 각종 협력에 대해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양국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즈베크는 경제 및 교역분야에서 동맹국이며 이는 변치않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푸틴과 카리모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양측은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8억9000만 달러(약 9824억7100만원)의 채무 가운데 8억6500만 달러(약 9548억7350만원)를 탕감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 재무장관 안톤 실루아노프와 우즈베키스탄 재무장관 루스탐 아지모프가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 채무 가운데 2500만 달러만 상환하면 된다.
양국은 또 이날 2015∼2019년 기간 경제협력 강화에 관한 정부 간 협정에도 서명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과 동시에 러시아 문자인 키릴 문자를 버리고 라틴 문자를 도입하며 ‘탈러시아’에 앞장섰다. 2012년에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소련 7개국의 군사동맹조직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서도 탈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카리모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겨냥해 “EEU가 단지 경제권만 통합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자주권과 독립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경제적 독립이 없는 정치적 독립이 어떻게 가능하냐”라며 비판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서방 제재로 위기를 맞은 러시아가 옛 ‘형제국’ 우즈베키스탄에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면서 양국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3월 우즈베키스탄의 독립국가연합(CIS·옛소련 국가모임) 자유무역지대 가입 협약을 승인하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