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현지시간) 세계 석유업체중 하나인 로열더치셸이 영국 석유회사인 BP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BP의 주가가 하루 만에 5%나 뛰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국제유가 ‘60달러 시대’가 열린 가운데 세계 굵지의 석유관련 기업들이 M&A 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는 것.
국제유가와 석유업체 기업간 상관관계는 과거에도 높았다. 1980년대 초반, 1990년대 말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을 때도 이 같은 거래가 산업을 새로 조성할 만큼 휘몰아쳤다는게 WSJ의 설명이다.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쳤던 2000년대 중반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들이는 일이 빈번했다.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40%나 빠진 근래 상황으로 투자자들이 과거의 ‘M&A 활황시장’이 재연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짐을 보여주듯이 지난달에는 세계 2위의 유전서비스 업체 할리버튼이 세계 3위 베이커 휴즈를 인수합병했다. 인수대금은 무려 350억 달러(약 38조9830억원). 프랑스 석유회사인 테크닙도 경쟁사 CGG에 15억 유로 규모의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PB전문은행인 롬바르오디에의 파스칼 맨지스 매니저는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기업인수나 자산매각 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유가하락은 소규모 기업들에게 현금확보를 위해 자산을 팔거나, 매각하도록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WSJ는 과거에 이뤄졌던 기업통합은 유가하락이 발생한 후나 시장에서 에너지 관련 주식이 약세를 보인 후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올해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은 지난해 석유기업간 인수관련 거래대금이 2420억 달러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현재의 흐름을 봤을 때 3000억 달러까지 거래대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펜하이어그룹의 페이델 게이트 애널리스트는 “다만, 과거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석유공급체들의 합병이 예전보다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일 대비 57센트(0.9%)밀린 배럴당 66.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