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후 오룡호와 인근 해역에서 있다가 구조에 참가한 잘리브호, 카롤리나77호, 96오양호의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일 오전부터 서베링해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가 예보됐다.
이날 오전 8시께 오룡호와 교신한 96오양호 이양우 선장은 "날씨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하니 판단을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피항을 권유했다.
오룡호 선장은 "고기 그물을 걷고 피항하겠다"고 답했으나 낮 12시 30분까지 조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물을 올리는 도중 높은 파도가 두 차례나 선미로 넘쳐 들어와 어획물 처리실에 물이 가득 차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선체가 좌현으로 기운 오룡호는 해수와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닷물이 계속 들어오는 상태였다. 타기실에도 바닷물이 넘쳐들어 조타가 불가능해졌으며 비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엔진도 정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해 전문가들은 엔진이 정지된 상황에서 오룡호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접근 중이던 카롤리나77호로 옮겨 탔어야 했다고 보고 있다.
퇴선 대신 카롤리나77호에서 펌프를 지원받아 배수 작업을 하던 오룡호는 잠시 복원력을 회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오후 4시께 처리실 수위가 더 높아지고 좌현 경사가 심해지면서 "퇴선하겠다"며 주변 선박들에 구조 준비를 요청, 4시 10분 최종 퇴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 10분 사이 선미에서 작업하던 선원들 대부분이 선수에 있는 구명 뗏목으로 옮겨탔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선내에 비치된 특수 방수복을 입을 여유가 있었다면 체온을 유지해 인명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조산업은 4일 사고해역에서 수색·구조작업을 하는 선박들이 외국인 선원 시신 5구를 추가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오룡호 선원 60명 가운데 사망자는 25명으로 늘어났으며, 7명은 구조되고 28명은 실종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