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 4년 86억원, 두산 장원준 4년 84억, 삼성 윤성환 4년 80억.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미쳤다. 대어급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며 이제 FA는 연봉 대박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1999년에 처음 도입된 FA는 선수 권리의 상징이었다. 이전에는 구단이 일방적으로 선수들의 몸값을 결정했지만 FA가 도입되면서 선수가 자신의 몸값을 말할 수 있게 됐다. 한화 송진우가 3년 7억원에 첫 스타트를 끊은 뒤 꾸준히 올랐고 올해 SK 최정이 4년 86억원을 기록하며 15년 만에 10배 이상 올랐다.
올 시즌 FA 물가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역대 최고 FA 금액을 기록한 강민호의 4년 75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10억원)을 깬 선수만 세 명(최정, 장원준, 윤성환)이다. 류현진, 오승환 등 에이스급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고, 신생 구단이 생기면서 선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기업들이 야구를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며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여건을 살펴봤을 때 FA 몸값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프로야구 구단의 1년 운영비 평균은 약 300억원, 연봉 총액은 평균 50억 수준이다. 메이저리그가 국내 정상급 투수 김광현(200만 달러)과 양현종(150만 달러 추정)을 바라보는 몸값의 기준을 봐도 그렇다. 냉정하게 봤을 때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그만한 활약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막대한 FA 몸값은 팬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구단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입장료가 인상될 수 있다. 실제 넥센은 2012년 이택근과 50억원 계약을 체결한 그해 목동 구장 입장료를 대폭 올렸다.
FA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경제학 법칙이 지배한다. 선수가 귀해지면 몸값은 오른다. 당연히 과열된 FA 시장을 바로잡을 해결책은 공급 확대에 있다. FA 연한(고교 졸업 9년, 대학교 졸업 8년)을 단축하거나 용병 확대, FA 자격 재취득 조건(4년)을 폐지하는 방안이 있다. FA를 등급별로 나눠 원 소속 구단에 대한 보상을 달리하는 FA 등급제도 있다. 대어급이 아닌 선수들의 손쉬운 이적을 돕고, 선수들마다 등급이 매겨지면서 몸값에 상한선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4년 FA 시장은 광란의 파티 그 자체였다. 이제 대어급 영입에 수십억을 쓰는 것은 예삿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상당수의 선수들은 3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받으며 뛰고 있다. 심지어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팀 해체로 백수가 될 처지다. 막바지에 접어든 FA 쇼핑을 바라보는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