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7일(현지시간) 산유량을 동결하면서 세계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엔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 국가 재정은 유가가 최소 배럴당 100달러는 되어야 지탱 가능하다. 러시아의 경우 국가 수입의 절반 가량이 원유 수입을 통해 충당되는 구조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저유가로 인해 올해 러시아 경제에는 1000만 달러(약 11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게 됐으며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0.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0.7%였다.
블룸버그가 27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경제가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질 위험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까지 밝혔다.
반면 미국 경제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5%가 소비지출이고 석유와 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는 1% 미만을 차지할 뿐이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 하락은 소비 여력을 키웠다. 지난 4년간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25~4.00달러였는데 지금은 2.82달러까지 떨어졌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20% 하락할 때 소비자심리지수는 15포인트 올랐다.
더글러스 오버헬만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배럴당 75~95달러에 머물기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보다 더 큰 부양책이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도 유가 하락은 반갑다. 원유 사용량의 80%를 수입하는 인도, 최근 성장률 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경기 침체에 재진입할 것이 우려되는 일본 등이 모두 그렇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인해 소득 증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동반 하락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