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국내 보일러 업계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기존 8%에 해당하는 수입 관세가 없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키운 초저가 중국산 제품들의 유입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한 국내 시장의 가격 혼란은 물론, 소비자들의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ㆍ중 FTA 협상 타결로 보일러ㆍ온수기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관세 철폐 유예기간이 있는 민감, 양허 제외되는 초민감 품목이 아닌, 일반 품목으로 분류되면서 보일러는 향후 FTA 정식 발효 시 바로 영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보일러ㆍ온수기 제품들은 기존에 부담했던 8%의 관세에서 자유롭게 됐다. 가뜩이나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향후 FTA 발효 이후 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국내 업계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A보일러업체 관계자는 "건설시장에서의 저가 수주문제로 많은 업체들의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가 중국산 제품들이 들어오게 되면 가격적인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같이 국내 보일러 업계의 기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 같은 혼란은 균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성 문제도 거론됐다. 품질 신뢰도가 떨어지는 중국산 제품들로 인해 화재 등 소비자 안전 문제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B보일러업체 관계자는 "저가형 저품질 제품들은 화재 위험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중국산 현지 브랜드의 경우 안전성 문제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 10%도 철폐되기 때문에 국내 업계로서도 일부 이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바일런트 등 글로벌 보일러 업체들이 생산설비까지 두고 포진하고 있는 시장이어서 틈새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일각에선 한ㆍ중 FTA 협상 준비 과정에서 보일러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가 국내 보일러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 업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현재 선두업체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지만 많은 후발주자들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인만큼, 중국산 제품 공세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