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과의 실무접촉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언제 방북이 성사될 지는 결론이 나지 않아 연내 방북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21일 개성공단에서 북측과 협의를 마치고 도라산 출입사무소로 귀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선 (방북) 경로 문제는 육로로 가는 것에 합의했고, 숙소도 지난번에 두 번이나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로 가시는 것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날 합의하지 못하고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방북 시기와 인원 문제는 우리가 조금 더 의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여사님께 보고하고 의논한 다음에 2차 실무접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여사의 방북 시기와 관련해 양측 사이에 미묘한 견해차가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여사 측은 정치적 논란을 고려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3주기인 내달 17일을 전후한 방북은 가급적 피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측으로서는 정치적 상징성을 띠는 이 여사가 김 위원장의 3주기에 맞춰 평양을 찾아오기를 바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가 최근 "방북 시기도 정부가 (방북 승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도 이 여사가 민감한 시기에 방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 여사가 방북하려면 12월 초 이전 또는 12월 하순 이후를 선택할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북측과의 2차 접촉 등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여사가 12월 말 이후로 방북 시기가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고령과 날씨 등을 이유로 내년으로 방북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