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핀테크’(Fintech) 시대가 열렸다. 시중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갖추지 못한 첨단 기술력과 커뮤니티로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장벽이 무너지고, 모바일 금융거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은행의 고유 영역이던 지급결제와 송금 서비스가 이제 SNS를 통해 이뤄지고, 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직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과거 전통 금융시장과 서비스가 IT에 종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자로 핀테크란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 길게 늘어서던 줄이 사라지면서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은행의 영업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를 활용한 ‘탈(脫)점포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 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개시로 금융회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이 서비스는 국내 시중은행 16개와 제휴해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앞서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 페이’를 출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보다 휠씬 앞서고 있다. 최근 국내 간편결제시장에서 다음카카오가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면 세계시장에선 이미 알리바바와 애플이 양대 축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국내 진출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한국에서도 결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급한 비자 신용카드를 애플페이와 연동시켜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 스타벅스, GS25를 비롯해 몇몇 가맹점은 비자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시스템인 ‘비자페이웨이브(Visa payWave)’란 시스템이 깔려 있어 애플페이와 연동된 미국 비자카드를 인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핀테크 열풍 주인공인 중국의 알리바바와 애플이 중국에 대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알리페이는 2013년에 처리된 거래에서 예상액 1500억달러를 넘어 페이팔을 따라잡고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결제 플랫폼이 됐다. 알리바바는 3억명이 등록된 사용자와 1억명의 모바일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회사에 비해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에 핀테크 혁명은 도약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관치금융과 규제의 오·남용 등 결과적으로 핀테크 같은 혁신을 막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규제는 금산분리 정책이다. 현재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금융사와 협업을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봉쇄한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구글이나 이베이, 알리바바 등 IT 기업들이 결제·송금, 대출 등 기존 금융사들의 영역에 독자적으로 진출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모바일 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의 개발이 마무리됐지만 카드사들의 비협조로 서비스 개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카드사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 때문에 일단 일부 카드사하고만 제휴를 맺은 뒤 서비스를 출시해야 했다.
여기에 규제 완화와 더불어 금융거래의 안전성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소홀히 다뤄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뱅크월렛카카오가 금융과 IT를 결합시킨 핀테크의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은 물론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폭발력을 지닌 IT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진출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화, 기존 금융사들의 대응 등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