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사법시험 수석합격 소식을 접한 김신호(34) 경위(부산진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의 말이다. 이날 발표된 제56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204명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김 경위는 경찰대 18기 졸업생으로, 2002년부터 실무를 시작한 13년 차 현직 경찰관이다. 경찰대 출신이 사법시험 수석합격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경위는 "아직 얼떨떨한 기분"이라며 "실력이 모자란데, 운이 좋아서 이런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 경위는 6살짜리 아들과 3살 딸을 둔 가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일과 시험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퇴근 후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 5시면 일어나 책을 보다 출근을 하는 생활이 3년 4개월 동안 이어졌다. "사법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는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 직장에서 일하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시험준비를 하면 회사생활과 가정생활 모두 힘들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많이 들었죠." 몸도 고됐지만, 가장으로서의 중압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2차 시험이 얼마 안남았을 때, 제가 잠을 자는 동안 아내가 혼자 병원에 가서 둘째를 낳았어요. 남편과 아빠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도와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 경위는 곧바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예정이다. 수료 후 구체적인 진로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얼마 전에 인천지역에서 청소년 본드흡입 문제가 심각해서 그 지역 판사님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어요. 재판만 하는 게 아니라 본드판매점을 상대로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돌리고, 제조사까지 찾아가서 관계자들을 만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저도 근본적인 문제원인을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