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유ㆍ청년층 비중이 줄고, 중ㆍ장년층이 느는 인구고령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거시경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유ㆍ청년층 인구비중의 감소로 투자수요가 축소되고, 중ㆍ장년층 비중 증가로 저축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추세적으로 확대돼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부분은 구조적인 요인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생애주기가설에 따라 중ㆍ장년층 인구비중의 증가가 저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평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생애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많은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저축을 하게 된다는 근거에서다.
또 출생률 저하로 유년인구가 줄어들면서 상품 수요뿐만 아니라, 교육ㆍ주택 등에 대한 투자수요를 감소시켜 투자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인구비중 감소도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보고서는 유ㆍ청년층의 인구비중이 1%포인트 줄어들고, 중ㆍ장년층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0.5~1.0%포인트 상승한다고 추정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면 노후준비를 위한 국내 저축금액이 해외에 투자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고령화로 인한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GDP의 5% 내외에 이르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ㆍ장년층 인구비중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투자율을 높이는 유ㆍ청년층의 인구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령화로 다만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고령층 인구비중 증가 영향이 가시화되는 2020년 이후 점차 축소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인구구조 변화로 소득에 비해 내수가 활성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개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임금피크제와 연동된 정년 연장 등을 통해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을 완화시키는 방안은 소득 대비 현재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과감한 규제합리화를 통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정책은 투자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