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를 힘껏 밀어주고 싶은 이유 [이꽃들의 36.5℃]

입력 2014-11-1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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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삶과 1832년 프랑스 6월 봉기를 소재로 한 영화 '레미제라블'(2012)(사진=UPI 코리아)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의 원제로, 1832년 6월 일어난 프랑스 파리 군중의 무장봉기를 그려낸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은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 출연한 영화로서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역시 오늘날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며 소재와 메시지 등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고전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레미제라블’의 백미는 직접 목소리를 높이고자 모인 시민과 학생이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선 순간이다. 실제 영화 촬영 당시에도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CG를 쓰지 않고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바리케이트를 쌓았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바리케이트 위에 등장해 한 목소리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불러 역시 대표 넘버 중 하나로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한없이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목소리를 드높이며 스러져간 1832년 프랑스의 시민들의 표상인 바리케이트가 2014년 대한민국에도 생생히 살아숨쉬며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바로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도경수, 황정민 등이 뭉친 영화 ‘카트’에서다. 카트는 그야말로 늘상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이다. 생필품, 식재료 등을 사기 위해 찾는 마트에서 우리는 카트를 민다.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해 소비를 창출시키도록 유도하는 카트는 고객에게 유용한 물건이다. 이에 매출이 늘어난 마트 점주의 행복과도 비례할 터다.

한편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점원들의 생존과는 상관관계는 없다. 오히려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엄존한다. 이에 정면으로 맞선 실화를 토대로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낸 영화 ‘카트’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형 할인점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 '카트'(2014)(사진=리틀빅픽처스)

꼭 44년 전, 1970년 11월 13일. 지금도 여전히 새벽의 노래가 울려 펴지는 동대문 평화시장은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부르짖은 근로자 전태일이 분신한 날이다. 서울 청계천엔 전태일 다리와 전태일 동상이 세워져 있어 이곳을 지나는 각기 다른 표정을 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오늘날 백화점, 대형마트 노동자, 대학교 청소노동자, 전화 상담원 등 저마다의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으로 묶인다. 최근에는 또 다른 비정규직의 음울한 현실마저 시리게 다가왔다.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는 ‘사모님과 경비원 편’이 전파를 탄 가운데, 8.4%(닐슨 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전주 대비 대폭 상승세를 보이며 시청자의 눈길을 모았다. 이날 내용은 주민의 폭언과 모욕을 견디다 못해 분신해 지난 7일 끝내 사망한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53)씨의 이야기였다.

전신의 60%에 3도 화상을 입은 경비원의 분신 그리고 철제 카트가 낯설게 느껴지는가. 바라보는 시각의 온도 차. 그만큼 노동자란 이름을 향한 극명한 편견을 증명한다.

근로자와 노동자,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이란 이름을 구분해 쓸 정도로 국내 시각은 형평성이 떨어진다. 이에 도서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홍세화는 일찍이 프랑스 시민의 의식 수준과 비교해 ‘똘레랑스’(Tolerance)의 필요성을 가리켰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역시 “굳이 ‘똘레랑스’를 들이대며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처럼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그것이 합법적 파업이든 불법적 파업이든, 짙은 혐오감으로 무장한 사회는 별로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형평성이란 단어가 올곧게 성립하기 위해선 목소리를 부르짖어야만 자신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이것이 ‘힘껏 밀어주세요’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마음 깊이 다가온 영화 ‘카트’에 한 줌의 힘을 보태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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