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양국 관계 처리 및 개선에 대한 4대 원칙에 합의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게 됐다.
중국 외교부는 7일(현지시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베이징에서 가진 회담에서 상호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분쟁과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만난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2012년 5월에는 노다 총리와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회동하기도 했다.
4대 원칙 발표에는 정상회담 개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각종 대화를 재개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있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총리 관저에서 공명당의 나츠오 야마구치 대표와 회담하면서 “시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4대 원칙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4대 원칙 중 첫 번째는 ‘양국은 기존에 합의한 4개 정치문건의 원칙과 정신을 존중하며 양국간 전략적 호혜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향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장애를 극복한다’가 두 번째 원칙이다.
세 번째 원칙에서는 댜오위다오 등 동중국해에서 최근 몇 년 새 조성된 긴장국면에 대해 양국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세 악화를 방지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기로 했다.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존재를 인정하되 해결은 후손들에 미루자’는 중국의 입장과 ‘분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중국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절묘하게 절충한 것으로 평가된다.
네 번째로 양국은 각종 다자간·양자간 채널을 활용해 정치·외교·안보대화를 점진적으로 재개해 나감으로써 정치적 상호신뢰 구축에 노력하기로 했다.
아베와 시 주석은 10~1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별도 양자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매우 건설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양국 정상이 만나면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도 아베 총리와 만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중시 전략을 강조하는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한ㆍ일 양국의 관계가 지금처럼 냉각된 채로 있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에 관계 개선을 강하게 촉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