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앞두고 금융권의‘탈(脫)관피아’바람이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간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24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은 선출한다. 지난 2011년 취임한 제11대 박병원 회장의 임기는 이달 30일로 만료된다.
이번 차기회장 인선 레이스에서는 민간출신 협회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합회장 관여하지 않겠다”며 “퇴직관료 전유물로 취급되는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금융당국 안팎에서 사실상 내정이 결정되는 관료출신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다.
은행연합협회는 본질적으로 회원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분류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협회에 위임한 각종 자율규제 권한과 고위 관료출신 은행연합회장의 인맥과 힘이 결합되면서 그동안 회원사들에게 상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에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 탄생하면 회원사와 협회, 금융당국간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 경우 제5대 이상철 회장(전 국민은행장)과 제8대 신동혁 회장(전 한미은행 회장)에 이어 세번째 정통 뱅커 출신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일단 유력한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는 조준희 전 행장과 이종휘 이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은행원에서 시작해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KB금융 회장선거에 나섰던 하영구 전 행장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누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은행장 재임 시절 무난한 일 처리 등으로 내외부 신망을 얻었던 조 전 행장에게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 이사장은 내년에 출범 예정인 서민금융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 “금융당국의 태도가 분명해진 만큼 사실상 민간출신 협회장 내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조 전 행장이나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단독 후보 추대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