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TV프로그램의 성적표라 불리는 TV 시청률이 의미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의 확산은 CJ 헬로비전의 ‘티빙’, SK플래닛의 ‘호핀’, LG U+의 ‘U+HDTV’, 지상파 3사 연합의 ‘푹(pooq) 등을 통해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인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이동성을 강점으로 들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어 콘텐츠 수용자의 시청행태도 변화를 꾀하게 만들었다.
방송가 안팎을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청률 산출 방식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시청률 산정방식을 도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기존의 시청률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를 운운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시청률 산출법은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특정 채널의 프로그램을 고정형 TV를 통해 시청하는 가구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일명 ‘본방사수’할 경우만 수치로 드러나는 결과물에 해당될 뿐인데 말이다.
닐슨 컴퍼니 코리아가 내놓은 2013년 하반기 크로스 플랫폼 리포트에 따르면 TV-PC-모바일 미디어를 모두 이용하는 이용자가 국내 전체 인구수의 47.6%(2037만1024명), TV-PC 이용자는 21.8%(932만4747명), TV-모바일 이용자는 4.5%(193만3462명), PC-모바일 이용자는 6.0%(254만9829명)로 복수의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TV를 통한 본방사수 문화는 약화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시청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N스크린 시청조사와 기존의 시청률 조사는 상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티빙 시청점유율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방송된 오후 10시대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25%를 차지해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다. ‘비밀의 문’ 9%, ‘야경꾼일지’가 7%로 뒤를 이었다. 반면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8.5%에 그쳤고, ‘야경꾼일지’가 9.3%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다. 주간시청률에서도 큰 차이를 드러낸다. 일례로 주말드라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가족끼리 왜이래(9월22일~28일)’의 경우 닐슨코리아 조사결과 22.6%로 1위를 차지한 반면 티빙 조사결과에서는 14위에 그쳤다. 두 가지의 조사방법 결과를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의 조사 결과라는 공통점 아래서 본다면 기존의 시청률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현행 시청률 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해 업계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시청률은 해당 방송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평가 잣대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방송사 수입과 직결되는 광고판매과 해외판권 판매와도 관계가 깊다. 또한 방송편성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숨어있는 시청률을 찾아내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