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살해 혐의로 처형된 여성이 남긴 마지막 편지..."나의 사랑하는 엄마!"

입력 2014-10-31 13:01 수정 2014-10-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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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 살해 혐의로 교수형된 이란 여성의 마지막 편지

▲사진=SAVE REYHANEH 페이스북

#그녀는 앞날이 유망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그날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이란에서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7년간 복역하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교수형된 한 이란 여성의 사연을 놓고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은 고 레이하네 자바리(26) 씨다. 그는 10대였던 2007년 이란 정보기관 요원 출신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2009년 사형을 선고받고 얼마 전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란 반정부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자바리가 사형을 당한 25일 그가 지난 4월1일자로 녹음한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전문을 영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그의 마지막 편지 전문은 SNS 등을 타고 전세계로 퍼지며 네티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자바리가 죽기 전 그녀의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에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들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죽은 후 장기를 기증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담겨 보는이의 눈시울을 자극하고 있다.

다음은 자바리 씨가 처형되기 전에 어머니에게 남긴 장문의 편지 전문이다.

"엄마. 오늘 제가 퀴사스(QISAS, 이란 형벌 체계의 하나로, 피해자가 받은 것과 같은 고통을 직접 받는 벌)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왔다는 것을, 어째서 엄마에게 알려주지 않았는지 속이 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가 슬퍼하는 게 저한테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세요? 엄마 아빠 손에 입을 맞출 기회를 어째서 주지 않은 걸까요.

세상은, 저를 19년간 살게 해줬습니다. 그 소름 끼치는 무서운 밤에 살해 당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내 몸은 거리의 구석에 던져졌겠죠. 며칠 후 경찰이 엄마를 영안실까지 데려가 내 신분을 확인하고, 거기서 내가 강간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죠. 용의자가 체포되는 일도 없었겠죠. 우리에게는 그들과 같은 재산도 힘도 없으니까. 그런 다음 엄마는 고통과 치욕 속에 살다가 몇 년 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그걸로 끝일 거예요.

하지만 저주받은 글 한 줄로 상황은 전혀 달라졌어요. 내 몸은 버려지지 않고 에빈 형무소라는 쓸쓸한 묘지에 던져지겠지요. 지금은 샤르에라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요. 그러나 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라면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실거예요.

엄마는 사람은 모두 이 세상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또 뭔가를 배우기 위해 태어난다고 가르쳐주셨어요. 태어난 후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그리고 때로는 싸워야 할 때도 있다고.

엄마는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나 타인의 험담에 있어서도 여자다워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얼마나 엄격하게 가르치셨는지 기억하고 계세요?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가 배운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재판에 참석한 나는 마치 냉혈한 살인자이고, 잔인한 범죄자일 뿐이었습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용서를 구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울고불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법을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사건 당사자인데,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고 고소당했습니다. 알고 계시죠? 저는 모기 한 마리 죽인 적도 없고 바퀴벌레도 더듬이를 겨우 잡아서 집어 던질 뿐이었잖아요. 그랬던 저에게 계획 살인범이랍니다. 내가 동물을 돌보는 것은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증거랍니다. 판사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내 손톱이 길게 자라 있고, 잘 손질돼 있었다는 사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어요. 판사로부터 공정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너무 낙관적인 인간인가요?

판사는 또 내 손이 스포츠를 하는 여성, 특히 권투 선수처럼 울퉁불퉁한 손이 아니라는 사실도 문제 삼지 않았어요. 엄마가 나에게 사랑을 쏟아 준 이란이라는 나라는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취조관에 심하게 심문을 받고 울고 있을 때도, 혹독한 말을 들을 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여성성의 마지막 상징인 머리를 밀릴 때 비로소 보답을 받았습니다. 11일간 독방에 들어갔습니다.

엄마, 무슨 말을 들어도 울지 마세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첫날, 미혼인 비슷한 또래의 직원이 제 손톱을 가지고 저를 비난했어요. 그 때 저는 지금같은 시대에 아름다움은 필요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외적인 아름다움, 바른 생각과 아름다운 소원, 아름다운 필기, 깨끗한 눈 색깔과 총명함,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조차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엄마, 제 신념은 바뀌었지만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예요. 제 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제 말들을 모두 어떤 이에게 맡겼습니다. 제가 처형될 때 엄마가 곁에 없어도, 또한 제가 남긴 말의 존재를 알지 못해도 어머니 손에 들어갈 거예요. 제가 살아있다는 증거로, 어머니를 위해 직접 녹음한 것들을 많이 남겼어요.

죽기 전에 바라는 것이 있어요. 어떤 방법이든 상관 없어요. 엄마의 힘을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세상에서, 이 나라에서, 그리고 어머니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이것 뿐이예요. 이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잠시 후, 내 뜻 일부를 전하려고 합니다. 아무튼 울지 말고 들어주세요. 법원에 가서 내 소원을 전해주세요. 감옥에서 이것을 기록한 편지를 쓸 수는 없어요. 간수장의 허가를 받을 수 없고, 그런 걸 하면 만의 하나, 엄마가 저 때문에 고생하게 될 거예요. 저의 사형을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의 사랑하는 엄마, 당신은 제 인생 이상으로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예요. 저는 흙에 묻혀 헛되이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제 눈과 아직 젊은 심장이 땅으로 돌아가는 걸 원치 않아요. 내가 처형된 직후 저의 심장과 신장, 눈, 뼈, 그리고 이식 가능한 모든 것을 꺼내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세요. 수혜자 (장기 기증을받은 사람)에게는 제 이름을 알려주지 마세요. 부케 공양도, 나를 위한 기도도 필요 없습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바예요. 저를 위해 무덤을 만들지 마세요. 엄마가 울거나 괴로워할테니까요. 상복도 입지 말아 주세요. 제가 겪은 일상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열심히 잊어 버려요. 나머지는 바람에 맡겨요.

세상은 우리를 사랑으로 감싸주지 않았어요. 제 운명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저는 세상에 굴복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신의 재판에서는, 저는 취조관들과 판사 등을 고소할 거예요.

창조주의 재판에서는, 거짓말로 저를 부당하게 취급하고 내 권리를 짓밟고 현실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닌 것도 때로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팔반디 의사, 카심 샤바니를 비롯한 모든 인간을 고소할 겁니다.

심성이 고운 엄마, 제가 가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저와 엄마 모두 원고이고, 다른 사람들은 피고예요. 신이 무엇을 원하시는 지 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계속 엄마를 안고 싶었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 레이하네 자바리. 사진=AP/뉴시스

이 편지를 남긴 자바리는 사형 집행 전날인 24일 한 시간 동안 어머니와 만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자바리는 19살이던 2007년 자신을 빈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던 전직 이란 정보기관 요원 모르테자 압돌라리 사르반디를 살해한 혐의로 2009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자바리는 방어를 위해 칼로 남자의 등을 한 차례 찌른 것은 인정했지만, 그를 살해한 것은 다른 남자라고 주장해왔다. 피해자가 유족 배상금을 받으면 자바리는 교수형을 면할 수 있지만 이란 법원이 이를 거부했다.

유엔과 앰네스티 등 국제사회의 구명 운동이 이어지고 전 세계에서 20만 명이 석방 탄원서에 서명했지만 이란 정부는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 집행을 연기한 끝에 25일 새벽 교수형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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