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모처럼 만났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 등 상식적이고 원론적 차원에서의 합의만 있었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취임 후 두 번째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가진 뒤 곧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우윤근 원내대표·백재현 정책위의장과 귀빈식당에서 1시간 가량 회동을 가졌다.
우선 ‘세월호 3법’을 여야 합의대로 이달 내 처리하고, 기초생활보장법 등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 시한 내 처리키로 했다.
박 대통령이 요청한 ‘김영란법’은 여야가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합의문만 없었지 여야 사이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별다른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진 않는다. 구체적인 예산의 처리 방향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가 연내 처리를 제안했지만, 문희상 대표 등 배석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새정치연합은 다소 지체되더라도 여론의 중지를 모아 수정할 부분은 수정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과 새정치연합의 현안 방점이 달라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요청하는 선에서 회동은 마무리 됐다.
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및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와의 조속한 비준동의를, 문희상 대표 등은 △대북전단 살포 제지 △과도한 감청 금지 △FTA에 따른 축산농가 보호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여야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것과는 달리 ‘개헌’에 대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오늘은 논의할 내용이 많으니 얘기하지 말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