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에서 거래소가 어떠한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각국 증권거래소가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해 실물경제에 기여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54차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에 참석한 각국 거래소 관계자들은 ‘실물경제 성장을 위한 거래소 역할' 주제의 패널 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데이비드 라이트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사무총장은 “거래소는 실물경제에 필요로 하는 자본을 조달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며 “증권거래소는 발행기관과 투자자의 수요를 낮은 비용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중소기업의 자본조달 기능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거래소가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참여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석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거래소는 혁신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벤처회사에게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면서 “시장이란 단어의 정의상 유동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거래소의 두번째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을 통해 활발한 투자 활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금융위기 직전인 2006~2007년도에 비해 미국 시장의 IPO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10년간의 통계 수치와 비교해보면 수치가 낮다”며 “이는 거래소의 금융 역할이 약해졌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워스 룩세거 스위스 식스 그룹(SIX Swiss Exchange) 대표는 “거래소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을 잃었는 것”이라며 “상장 유치 과정에서 대기업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금융이 발달한 나라가 경제적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금융 발전을 위한 거래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신 원장은 “경제 위기 이후에는 거래소의 자본형성 기능이 특히 중요해진다”면서 “한국은 비교적 자본시장의 회복이 빨라 세계 금융위기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연사들은 거래소의 자금조달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투명한 인프라를 제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샌디 프로셔 부의장은 “거래소는 장기적으로 기업이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 거래소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공간을 제공해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961년 설립된 WFE는 세계 증권·파생상품거래소, 청산소 등 102개 회원으로 구성됐으며 사무국은 영국 런던에 있다. WFE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지난 1994년 제34차 총회 이후 2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