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한편 주택거래가 다시 주춤해지는 등의 단기적 흐름을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경환 노믹스의 본질은 공공과 민간의 부채를 늘려서 쏟아붓는 단기부양책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최 부총리는 아베노믹스를 따라한다고 하지만, 상황적 맥락으로는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져들 때 부실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정책과 더 비슷하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팽창, 건설사업 발주 등을 통한 재정총출동, 산업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기업 실적 증가와 일본 주가 상승 등 단기적으로 아베노믹스는 일정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일본이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1991년 이후에 쓴 정책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않았고, 상업용 부동산과 연계된 금융권의 부실 채권 문제가 남아 있었다. 시장 청소와 구조개혁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들이붓다 보니 오히려 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를 장기화한 것이다. 반면 지금의 아베노믹스는 자의든 타의든 그런 거품기가 끝나고, 오랜 가뭄에 시달려 메말라버린 논바닥에 물을 대주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정책이라도 1990년대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이 처한 상황적 맥락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은 안타깝게도 지금보다는 1990년대의 일본과 더 닮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최경환 노믹스’는 41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 LTV, DTI 등 주택대출규제 완화,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3대 세제 도입, 그리고 한은을 압박해 얻어낸 기준금리 인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정책들은 제목은 그럴 듯 하지만, 속 빈 강정이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정책들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재정적자 증가와 감세정책 기조를 크게 수정하지 않아 세수가 부족해 추경편성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정책금융 및 외화대출 지원 등을 동원하는 41조원의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더구나 경기 침체기에 얼마나 많은 가계와 기업들이 자금을 빌려 쓸지 의문이다. 무리하게 집행된 정책자금은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정책 효율성도 떨어진다.
사실 최경환 노믹스의 핵심은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주택대출 규제 완화를 통한 집값 띄우기일 뿐이다. LTV, DTI 한도를 높여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하지만, 빚을 더 낼 수 있는 수요가 많이 남아 있지도 않다. 고작 3~4개월가량의 ‘반짝 효과’를 낼 뿐,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거치기간 연장이나 대출 갈아타기로 하우스푸어 가계들에게 더 버티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건 역시 위험한 폭탄 돌리기일 뿐이다. 그 사이 시한폭탄의 위력은 더 커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최경환 노믹스의 본질은 ‘빚 내서 경기 띄우기’를 새롭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흉내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실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시절의 일본과 더 닮아 있다. 그만큼 위험한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산업 구조조정과 부채 다이어트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