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점포 부실대출·수익 악화 갈수록 심각…글로벌금융 '공염불'

입력 2014-10-24 10:29 수정 2014-10-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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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몸집 키웠지만 작년 당기순이익 28% ‘뚝’…최수현 원장, 특단의 대책 촉구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며 해외점포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해외점포 실상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참담하다. 덩치는 갈수록 커지는데 반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고 상당수 은행의 해외지점이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영업 탓에 한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34개국 152개 해외점포 운영… 해외진출 활발 =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성이 한계에 이르자 국내 은행들이 해외점포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점포 수뿐만 아니라 자산 규모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진출 지역도 다각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은 34개국에 152개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저금리로 인한 성장 둔화로 해외점포를 더 늘리면서 한해 전보다 10곳이 늘었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18개)과 베트남(17개), 미국(15개) 등의 순으로 해외점포가 많다. 진출 지역도 초기에는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 금융중심지 위주였지만 점차 신흥국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총자산 규모도 778억4000만 달러로 2012년 말에 견줘 88억2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총자산의 4.4% 수준으로 한해 동안 12.8%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과 홍콩의 자산이 각각 46억8000만 달러와 11억8000만 달러 늘어난 반면 일본은 엔화 약세로 13억5000만 달러의 자산이 줄었다.

◇ 해외점포 부실대출·대출비리·수익악화 심각 = 은행 해외점포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상당수 은행의 해외지점이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실력 탓에 한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4억5000만 달러로 한해 전보다 1억8000만 달러(28.8%)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순이자마진율(NIM) 축소로 이자이익이 2000만 달러 가량 감소했고 부실여신 확대로 충당금 비용도 2억3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순이익을 은행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수익률(ROA)은 0.64%로 2012년보다 0.32%포인트 하락했다.

실물경기 및 주택가격이 회복된 미국 외에는 모든 지역에서 순익이 줄어들었다. 특히 일본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으로 330만 달러 순손실을 봤다. 해외점포의 부실채권 비율도 1.0%로 한 해 전보다 0.1%포인트가 올랐다. 일본에서의 부당대출, 중국에서 STX계열과 베트남·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에 빌려준 여신 부실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은행의 해외지점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에게 제출한 ‘150개 국내 은행 전체 해외점포 감사 실시 내역 및 손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 해외지점 150곳 가운데 21곳에서 적자를 냈다.

가장 부실이 심한 곳은 산업은행 브라질 지점이었다. 지난해 4007만 달러(약 425억원)의 손실을 냈다. 3개월 이상 빚을 연체한 부실대출이 전체 대출의 56.86%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점장의 횡령 사건이 벌어진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은 지난해 5433만 달러의 손실을 냈고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지난해 2204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 해외지점들의 손실은 방만 경영 때문이다. 각 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내부 감사 결과 자료를 보면 모든 해외지점들은 평균 5건 이상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 사항 중엔 직원들의 비리·부패와 관련된 사항도 많았다.

◇최수현 원장, 은행에 최후통첩… 대책 마련 촉구 = 지난 4월 최수현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중대 금융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융사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해외지점을 비롯해 은행권 전반에서 연일 금융사고가 터지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은 특히 해외지점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일제히 해외점포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손질했다. 기업은행은 도쿄지점을 포함한 전 해외점포의 전결 한도를 기존보다 최대 66%를 낮췄고 국민은행도 최대 50%까지 줄였다. 해외점포가 가장 많은 외환은행은 3년이었던 해외점포 최소 근무기간 규정을 없앴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불러들이겠다는 경고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단순히 외형 확대나 영업수단 확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처 다변화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해외수익 비중이 높은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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