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중견 가전기업 '모뉴엘'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 부터 최근 3년간 25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이 중견 수출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중인 '히든챔피언 프로그램'이 부실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매출 1조원대의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인증제도가 악용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히든챔피언 인증제도는 수출입은행이 만든 중견 수출기업 육성제도다. 히든챔피언에 선정될 경우 금리와 한도에서 특별 우대를 받게 된다. 모뉴엘은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선정돼 금융지원에서 특별 우대를 받았다.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총 2472억원의 금융을 지원했으며, 현재 남은 여신 잔액은 713억원으로 추정된다.
모뉴엘은 창업 7년만에 매출이 50배 이상 오르고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등 우량 중견기업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뉴엘의 수출실적이 가공매출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금융당국은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모뉴엘의 급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에 저희도 당황하고 있다”며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채권회수가 안되면 수출입은행도 피해자가 되겠지만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으로 모뉴엘을 '히든 폭탄'으로 만든 게 아닌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히든챔피언 육성대상 선정 기업 267개 중 34.8%인 93곳이 선정 전보다 매출이 하락했다”며 “히든챔피언 대상 선정에 단 3명의 인련만 투입해 최근 5년간 1인당 200개의 기업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인력을 확충해 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