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취임 100일을 즈음한 김 대표는 성과만큼이나 실책도 적지 않았다. 우선 탕평인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요 당직은 당권 공신과 비박계가 차지했고, “부대변인은 원외 당협위원장 중심으로 임명한다”는 새 원칙을 세워 측근들을 부대변인단에 대거 배치했다. 최근에는 전국 각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 인사들을 들어내려 하는 등 당협위원장 물갈이까지 추진 중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혁신’이 아닌 ‘구태’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만 연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관을 불러 혼을 내거나 책상을 손으로 ‘탕’ 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다.
개헌을 화두로 세운 것 역시 이런 사건들과 일맥상통한다. 개헌은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때만 되면 나오는 단골 메뉴다. 현실화하는 것이 늘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꺼내들곤 한다.
최근 김 대표는 대규모 사절단을 이끈 중국 방문에서 뜬금없이 개헌을 얘기했다. 차기 대권주자가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은 항상 있어왔지만, 김 대표의 경우 장소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대통령이 반대하는 걸 알면서도 호기롭게 개헌론을 외치다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리고 사과한 건 누가 봐도 낯 뜨거웠다. 여기에 청와대 모 수석은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본인만의 정치를 하다보면 헛발질하기 마련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개혁과 상향식 공천 등 남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당과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당이 어려울 때마다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다. 남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도 내 것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정치 사회에 뿌리 깊은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김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당 대표로서, 또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부터 바뀌고 가진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 그리고 ‘혁신’이란 이름의 이정표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