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국)에서는 미국식 양적완화(QE)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등 이틀 연속 주요 회원국의 커버드본드를 사들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전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과 BNP파리바를 포함해 스페인 은행권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매입하면서 2조6000억 유로(약 3500조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앞서 지난 9월 밝힌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당시 정례금융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채권 매입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매입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다. ECB는 다음주부터 매주 월요일 채권 매입 규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다, 유로존 전체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ECB가 경기부양책을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ECB가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등 미국식 QE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오는 12월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고, 내년 초 매입을 시작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ECB는 사실상 완전한 QE에 나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4차 QE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이날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이 추가로 10% 빠진다면, 연준이 네 번째 QE를 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oAML은 지난 2010년 증시가 11% 급락하고, 2011년 16% 빠진 뒤 연준이 각각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준은 지난 2010년 11월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는 2차 QE에 나섰고, 2011년 9월에는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금리를 낮추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Operation Twist)’ 카드를 내놨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스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연준이 채권매입 중단을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증시 상승 재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ECB의 한 관계자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위원회는 (회사채 매입과 관련)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ECB가 회사채 매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이며,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은 총재 등 매파를 중심으로 이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늦기 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커버드본드(Covered Bond)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으로, 투자자에게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