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농우바이오 본사에서 최근 만난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해외시장 공략을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종자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대표는 “규모 상으로는 아직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엔 작지만, 오는 2020년까지 1억 달러를 수출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9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톱10 진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정체돼 있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성장·발전하기 위해선 글로벌로 가야 한다”며 “1994년 중국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미국, 인도, 미얀마법인 등을 설립하고 세계 70여개국과 무역을 진행해왔던 것이 농우바이오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우바이오는 고(故) 고희선 새누리당 의원이 1967년 창업한 종자기업으로, 약 1500억원 규모인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농우바이오는 종자사업과 함께 원예용 상토, 수도용 상토를 판매하는 상토사업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 규모는 약 8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도 선정되며, 종자업계 대표 기업으로 정부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농우바이오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반세기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농우바이오는 대한민국 종자 대표 기업”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당시 1, 2위를 다투던 서울종묘, 청원종묘, 흥능종묘 등 토종 기업들이 스위스, 일본 등 다국적 기업들에게 넘어간 반면 농우바이오는 유일하게 아직까지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을 중요시했던 창업주의 경영철학도 농우바이오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정 대표는 “매년 매출의 약 15%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자체적으로 바이오(BT)를 접목한 새로운 육성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R&D를 추진하고 있다”며 “R&D에 대한 창업주인 고 회장의 열정과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꾸준한 R&D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대표 종자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액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150억원이었던 수출은 지난해 205억원까지 늘었다.
정 대표는 “우선 국내 업계가 취약한 토마토, 양파, 브로콜리 등 글로벌 채소를 중심으로 국내 영업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해외공략에 나설 예정”이라며 “현재는 국내와 해외영업 비중이 7 : 3인데, 오는 2017년까지 5 : 5로 맞추고 2020년에는 수출이 내수를 앞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농우바이오의 전략도 다소 수정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몇몇 주력 품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품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토마토’가 있다.
이어 “그동안 토마토에 많은 투자를 집행해 국내 미니 토마토 시장에서 우리 제품 비중이 70~80%까지 올라왔다”며 “중국, 유럽, 중남미 등에 토마토를 공급하면서 향후 글로벌 기업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로콜리 역시 정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그는 “토마토 다음에 미국지역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브로콜리”라며 “5년 전 미국에 관련 연구원을 파견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어, 향후 상용화돼 매출이 발생하면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우선 중국과 인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법인을 통해 현지에는 진출한 상태다. 그는 “중국 법인의 올해 매출이 약 70억~80억원이 될 정도로, 큰 시장이어서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현재 갖고 있는 품목을 통해 공략이 가능한 지역인 만큼 중국,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시장 규모를 가진 인도를 우선적으로 공략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른 신개척지로는 터키를 생각하고 있으며, 내년께 새로운 법인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터키를 시발점으로 스페인, 러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법인을 현재 5개에서 9~10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농우바이오는 최근 농협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농협’이란 든든한 지원군도 등에 업었다. 다만, 농우바이오는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창업주 일가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매각한 사례여서 내부 조직이나 대리점주들이 다소 흔들리기도 했다. 정 대표가 이 같은 변화의 과정에서 ‘신뢰’를 통해 조직 다잡기에 나섰던 이유다.
그는 “비중이 컸던 대주주들이 빠지면서 내부적인 불안, 혼란 등이 당연히 있었고 대표로서 스트레스도 상당했다”며 “경영 안정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농협으로 인수되면서 직원 이탈 등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신의 책상 위에 걸려 있는 ‘신뢰(信賴)’란 한자가 쓰여 있는 액자를 가리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뢰다. 언제나 함께하고 서로 믿음을 유지한다는 관계를 조성했기 때문에 큰 탈이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충언을 던졌다. 형식에만 맞춘 지원이 아닌, 융통성과 효율성을 살린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데 너무 형평성, 공평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지원을 해도 경쟁이나 기대가치가 없는 곳에 한다면 의미가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