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올가을 장터 여행을 시작했다. 걷기 좋은 봄가을에 시골의 인심이 묻어나는 장터를 찾아다닌 지 올해로 3년째다. 딱히 필요한 게 있어 두메산골로 가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온 적도 없다. 봄이면 시골 할머니들이 들에서 캐다 파는 냉이, 쑥은 물론 깊은 산속에서 뜯은 향 짙은 나물 등을 사다가 다듬고 데친 후 먹기 좋게 잘라 동생들한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미당 서정주의 시 ‘추석 전
말은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 말을 뜻하는 언어(言語)에는 ‘입 구(口)’가 세 개 들어 있다. 품격을 뜻하는 ‘품(品)’에도 ‘입 구(口)’가 세 개나 있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에는 이와 관련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장이 나온다.
“나는 글을 쓰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이 있음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그 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이탈리아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검은색의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던 고등학교 음악실이 떠오른다. 교회가 연상되는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사랑의 발자욱 끝없이 남기며….”
1970년대 ‘한국의 비틀스’로 불리며 당대 최고의 밴드로 군림한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이다. 50년도 더 지난 노래이
햇볕이 무르익었다. 초복을 지나 중복, 말복이 늘어서 있으니 뜨겁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 장마까지 찾아온 이맘때면 소화가 잘되고 영양도 만점인 고단백·저지방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삼계탕·민어탕·장어탕집이 북적거리는 이유일 게다.
나는 날씨가 덥고 습해 입맛이 떨어지면 냉면과 국수가 당긴다. 특히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아이스크림의 계절이다. 40여 년 전 동네 골목에서 술래잡기·땅따먹기(땅뺏기)·비사치기하던 시절 아이스크림은 그야말로 비싼 먹거리였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오디, 산딸기, 다래 등을 따 먹은 건 순전히 돈이 없어서였다. 돈깨나 있는 집 친구들은 거만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달콤한 냄새에 침을 흘리다, 결국 ‘한 입만 먹
일곱 선녀가 노닐다 올라갔다는 지리산 칠선계곡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해발 710m 비선담부터 정상 천왕봉까지 5.4㎞ 구간의 탐방로가 열렸다.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그곳이 아니던가. 지금껏 특별보호구역으로 입산이 금지됐던 곳이니 아주 먼 옛날 자연 그대로의 삼림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지난달
요즘 세 명 이상 모이면 건강 문제가 이야깃거리로 떠오른다. 환절기 탓일 게다. 특히 코와 목이 불편해 병원에 다닌다는 이가 여럿이다.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 이도 있고, 근육통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는 이들도 있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숨을 쉬기도 힘들어 병원에 갔다 왔다는 선배는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불평을 쏟아냈다. “의사들이 하는 말은 당최 알
“기억 왔다 갔다 할 때마다/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말벗 해드리다가 콧등 뜨거워지는 오후//링거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정신 맑던 시절/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가지런하게 펴고 무슨 꿈 꾸시는지…”
시인 고두현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발을 보고 쓴 ‘참 예쁜 발’이다. 시를 읽고 나니
‘졌잘싸’라는 말이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이다. 패했지만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의 경우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1986년·2-3 패), 미국 월드컵 독일전(1994년·2-3 패), 한·일 월드컵 4강전 독일전(2002년·0-1 패)을 대표적 ‘졌잘싸’로 꼽을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
저비용·작은 공간으로도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 재건을 맡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최대 관심사였다. 고심 끝에 그는 마르세유에 고층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세운다. 340여 가구에 무려 1600명이 살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세계 건축사에 ‘아파트의 효시’로 이름을 올린 바로
이른 봄에 피는 꽃은 작고 여리지만 향이 강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꽃밭을 거닐다가 소매 가득 향기를 안고 돌아온다”는 서거정의 시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게다. 잔설을 밀어내고 고운 꽃을 피워 올리는 기운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참으로 오묘한 생명의 원리이다. 봄이면 터지는 꽃봉오리들에 마음 가득 꽃물이 든다. 분홍빛, 노란빛, 우윳빛, 보랏빛…. 꽃
엄마가 변했다.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면 ‘과거의 엄마’,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계발에 힘쓴다면 ‘오늘의 엄마’란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9’ 키워드에는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등장했다. 한 방송사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목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패러디한 것으로 달라진 엄마의 모
이력서에는 많은 내용이 담겼다. 얼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증명사진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주소, 경력이 기록돼 있다. 심지어 본적(本籍), 결혼 여부, 가족 관계 등 이력서 한 장이면 개인사를 몽땅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우리와 완전 딴판이다. 얼굴 사진을 넣기는커녕 성별, 출신 학교, 고향 등도 적지 않는다. 인종차별, 성차
“선배, 아무래도 남자친구와 헤어져야겠어요. 그 친구는 하루에 십여 통씩 메시지를 보내는데, 읽을 때마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요.”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으며 남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준다. 남의 연애사에 끼어드는 게 싫어서 휴대폰을 돌려주니 “애정 싸움이 아니라 우리말 표기 문제”라며 휴대폰을 다시 내민다. 불편한 마음으로 메시지 한
서민에게 친근하고 부담 없는 먹거리로 두부만 한 것이 있을까. 어린 시절 출출한 저녁 시간이면 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들리던 두부 장수의 “두부 왔어요” 외침이 몹시 반가웠다.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에 참기름 넣은 양념간장을 얹어 먹으면 그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두부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사십이 넘도록 엄마라고 불러/아내에게 핀잔을 들었지만/어머니는 싫지 않으신 듯 빙그레 웃으셨다/오늘은 어머니 영정을 들여다보며/엄마 엄마 엄마,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그래그래, 엄마 하면 밥 주고/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고/아아 엄마 하면/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아름다운 기도인 것을!”
어머니의 깊은 자식
새해 첫날 새 달력을 책상 위에 놓으며 마음이 설렜다. 지난해의 시간을 비우고 새로운 날들을 채우려니 잔잔한 떨림도 느껴졌다. 부디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새해가 밝았구나! 교양 있는 선비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 중에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각오를 다져본다.
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