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와 완전 딴판이다. 얼굴 사진을 넣기는커녕 성별, 출신 학교, 고향 등도 적지 않는다. 인종차별, 성차별, 학연, 지연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종교 역시 ‘차별’의 오해를 살 수 있어 쓰지 않는다. 다민족사회이기에 ‘과하게’ 조심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합리적이다. 우리는 ‘효율적 인적 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우나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과함’이 존재한다.
“면접에선 처음 만나는 5초에, 이력서는 앞의 다섯 줄에 당락이 갈린다”는 말이 있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을 짧은 시간에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다행인지 아닌지 몇 년 전부터 사원 채용 시 탈(脫)스펙을 내세우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성별, 학력, 가족 관계, 경력 등을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 혹은 에세이, 전공과목 이수 기록만을 살펴 평가한다. 물론 입사지원서에서 사진란도 없앴다.
취업준비생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스펙의 굴레에선 벗어났지만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란다. 가치관, 창의성, 특기, 포부, 대인관계 등을 잘 담아내 인사담당자들을 감동시켜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다른 사람의 멋진 어록이나 격언을 인용해 열정적으로 쓰다 보면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이 되기 일쑤다. 대학 졸업반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선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 아이가 원하는 직장에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한다.
졸업식이 열리는 요즘, 대학 교정에는 ‘취업율 95%’ ‘공기업 합격률 최고 대학’이라고 쓰인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취업율’과 ‘합격률’ 중 잘못 표기된 단어는 무엇일까. 실제로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률(率)’과 ‘율(率)’이다.
그런데 ‘율’과 ‘률’은 단순한 규칙 한 가지만 알면 쉽게 구분해 쓸 수 있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서는 ‘-율’로, ‘ㄴ’을 제외한 모든 받침 뒤에서는 ‘-률’로 적는다.”
이자율, 감소율, 점유율, 실패율 등은 받침이 없는, 즉 모음 다음에 ‘율’이 온 말들이다. 이들 단어의 경우 발음도 자연스럽게 ‘율’로 나니 잘못 쓸 일이 없다. ‘ㄴ’ 받침 뒤에 ‘율’이 붙는 말로는 백분율, 생존율, 혼인율, 이혼율, 할인율, 불문율, 개선율, 환율, 운율, 선율, 전율 등이 있다. ‘ㄴ’을 제외한 모든 받침이 있는 단어는 ‘률’로 표기하면 된다. 경쟁률, 시청률, 합격률, 입학률, 실업률, 취업률….
이 규칙은 ‘열’과 ‘렬’에도 적용된다. 나열, 파열, 분열, 선열과 같이 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 뒤에서는 ‘-열’로 쓰고, 그 밖의 모든 받침 다음에는 직렬, 결렬, 장렬, 행렬처럼 ‘-렬’로 표기한다.
2분 4초.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하는 데 드는 평균 시간이란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보려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을 터. 심각한 실업난에 청년실업률이 꺾일 것 같지 않아 씁쓸하다. jsj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