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둔화·가계부채 심화 ‘위험’
일자리 확충등 서민경제 지탱해야
며칠만 더 있으면 또 한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남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우 전쟁과 중동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얼마 전 미국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됨에 따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고, 당장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가 우리 경제에 드리울 먹구름 걱정이 크다. 대내적으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면서 2024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크게 내려간 2% 이하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정도의 성장도 그나마 선진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세와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기인한 수출회복세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거시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쓸 수 있는 거시정책의 여력이 점점 소진되어 가고 있다. 재정정책을 보면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정부 재정이 대거 투입되었지만, 코로나 비상 상황이 사라진 지금 회수되기는커녕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금년도 8월까지 나라살림 적자 폭이 84조2000억 원으로 나타났고,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지속적으로 큰 폭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재정 확대의 효과가 각종 구축효과 등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재정 확대 정책은 쉽지 않다.
금리정책의 여력도 제한적이다.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앞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빅컷 단행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우리도 0.25%p 인하하였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력은 주식 등 금융시장에 일정 있겠지만, 실물경제에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다. 11월 미국이 또다시 스몰컷을 단행하였기 때문에 우리도 11월 금통위 때 추가 인하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작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의 큰 폭 인하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와 물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도 상황을 확인하면서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거시정책의 효력이 엷어지고, 그 여력도 작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최근 줄어들기는 했지만, 축적된 외환보유액이 여전하여 2023년 초반에 불거진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상황이 악화된다면 어느 순간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그동안 크게 오른 물가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체감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 이러한 상태에서 경제성장률 둔화, 실질금리 상승, 주택시장 불안 등 가계부채 관련 거시환경 악화가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만일 어느 순간 높아진 가계부채에 대한 감내 능력을 잃어버리면 차입 비중이 큰 가계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2금융권이 동시에 어려워지면서 미니 복합불황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곧 있을 새해 거시경제 정책 수립 시 장밋빛 전망과 거기에 맞는 거시정책 수립보다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재가동하여, ‘잠재적 뇌관’을 선제적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미시적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위기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서민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확충 노력과 함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친 후에는 어떠한 거시경제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