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으며 남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준다. 남의 연애사에 끼어드는 게 싫어서 휴대폰을 돌려주니 “애정 싸움이 아니라 우리말 표기 문제”라며 휴대폰을 다시 내민다. 불편한 마음으로 메시지 한 개를 읽었는데, 잘못 쓰인 ‘대’와 ‘데’가 눈에 들어온다.
“○○야, 오늘 기사 정말 멋지대. 대단한대! 형이 남영동에 양꼬치 잘하는 맛집이 있데. 기분이다. 내가 오늘 쏠게. 그리고 설날 한복 입은 모습 참 예쁘데.” 운율을 생각해 재미있게 보낸 메시지인데, ‘대’와 ‘데’가 잘못 쓰여 후배를 실망시켰던 것이다.
‘대’와 ‘데’처럼 글자가 비슷하고 발음까지 같은 말은 글 좀 쓴다는 이들도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런 까닭에 우리말 관련 교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원리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할 경우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헷갈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두 단어의 차이를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데’는 ‘더+이’로 이뤄졌다. ‘더’에는 자신의 경험이 담겨 있다. 후배가 받은 메시지의 “오늘 기사 정말 멋지대”는 “오늘 기사 정말 멋지더라”라는 뜻일 터. “오늘 기사 정말 멋지데”라고 보냈어야 올바르다. 유일하게 바르게 쓴 “설날 한복 입은 모습이 참 예쁘데”의 ‘-데’ 역시 ‘-더라’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데=더라’의 공식이 나온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데’는 주어가 행위의 주체라는 점이다. “오늘 기사 정말 멋지데”, “설날에 한복 입은 모습이 참 예쁘데”는 모두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다.
만약 “오늘 기사 정말 멋지대”를 전후 상황을 무시하고 본다면 오자 없는 바른 문장이다. 남자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전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문자를 받은 후배는 남자친구에게 다시 묻는다. “누가 멋지대?” 그러자 이어지는 답글. “누구긴 누구야. 나지.” 행위의 주체가 남자친구로 확인되는 순간 후배의 애정에 금이 간 것이다.
‘대’는 ‘다고 해’의 준말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이 아니다. 그러니 “형이 남영동에 양꼬치 잘하는 맛집이 있데”는 “형이 남영동에 양꼬치 잘하는 집이 있대(있다고 해)”가 바른 문장이다.
이런 유형의 준말은 구어체에서 폭넓게 쓰인다. 했대(했다고 해), 그랬대(그랬다고 해), 많대(많다고 해)…. 아울러 먹으래(먹으라고 해), 하래(하라고 해) 등 명령형, 먹재(먹자고 해), 하재(하자고 해) 등 권유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친구의 기사를 치켜세운 “대단한대!”는 맞는 말일까? 이 또한 “대단한데!”가 올바른 표기이다. 이때의 ‘-데’는 감탄과 놀람의 뜻이 담겨 있다.
후배에게 “4월의 화사한 벅꽇같은 임옥굽이의 그얘만 생각하면 왜간장이 탔다. 그얘는 김에김씨였다. 혼자인 게 낳다며 분비는 곳을 싫어하던 너…”로 시작하는 글을 보여줬다. 어이없는 이 글은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모아서 쓴 소설’이다. 현재 후배 쌍은 잘 만나고 있다. 상대평가의 덕이다. jsj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