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장하는 경제로 복귀하려면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입력 2014-0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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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기 이후 숨고르기에 5년 이상을 보낸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제 경제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는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의 활력은 민간들이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래준비를 위해 가급적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적완화 이후의 테이퍼링 관련 선제 지침의 근거는 철저히 미국경제의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세계화된 환경이지만 여전히 국가위주의 기구와 운영 방침으로 인해 통합환경 하에서의 최적 선택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기축통화국 위주의 정책 선택으로 인해 과도한 조정부담이 거의 일방적으로 비기축 신흥국으로 전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환율체제가 비교적 신축적이고 자본계정이 개방된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정책의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화폐의 대외가치 관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중앙은행의 부담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은 수출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들의 기초 경쟁력마저 위협할 수 있다.

그나마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과잉부채 상황에서 금리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실질적인 조정부담은 일방적으로 신흥국으로 전가되는 것이다. 오늘도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한 조정메커니즘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되풀이된 환율전쟁을 통해 작동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이십년을 겪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으며 최근 들어 아베노믹스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하면서 상황 탈출을 시도해보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외경쟁력이 중요한 국가에서 자국 화폐의 절상은 결국 자산버블을 통해 고통스러운 장기침체라는 조정과정을 강요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심각한 우려 때문에 정작 조정에 나서야 할 중국경제는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고 버티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아시아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미국의 절상압력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 그 부담은 다른 곳으로 전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조정 부담이 집중되기 쉬운 국가임에 틀림없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환율의 신축적 조정은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산업정책 차원에서는 여전히 큰 부담 요인이다. 수출에 덜 의존하는 다변화된 산업기반을 구축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환율 안정에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 준비를 위한 기본여건의 확보는 결국 장기 이슈로 남는 것이다. 아무리 비교역재 부문의 생산성 제고를 강조한다고 해도 기본 엔진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험적 노력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비기축 통화국의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결국 차선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첫째, 미래 준비를 위한 다변화된 투자와 공정경쟁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장애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 달러체제의 문제를 시스템 이용자로서 당당히 개진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제라도 G20의 지배구조를 십분 활용해 현 국제금융체제에서 기축 통화국이 일방적으로 비기축 통화국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도를 종식시켜야 한다.

둘째, 자체 시장기반 형성을 뒤로 미루고 달러체제에 의존해 성장을 도모해 온 아시아 국가, 특히 한·중·일은 과거의 정치적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미래 준비를 위해 전략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휘말리고 있는 한·중·일 간의 금융협력은 현 난관 타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를 도외시한 그 어떤 노력도 중장기적으로 역내의 시장기반 형성을 저해하고 달러체제에 보다 종속적인 구도를 강화시킬 뿐이다.

셋째, 소위 글로벌 불균형을 확대시키지 않는 성장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다양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리 스스로 시장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역내 차원의 노력이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공동 대응이 없을 경우 이미 금융 주도권을 가진 기축 통화국 위주로 경제 지형이 재편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대립을 넘어선 공동 번영의 선택은 역내의 안전한 금융자산 공급을 위한 협력으로 구체화될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아시아 시대가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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