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반도체 경쟁력, 인재 확보에 달렸다

입력 2024-11-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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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 과학칼럼니스트

인공지능 출현으로 반도체 산업도 격변을 맞고 있다. 전통 메모리에 안주했던 기업의 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경영층을 쇄신하고 연장 근무를 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오히려 후발 주자와의 간격은 좁혀지고 있다. 되돌아보면 네덜란드 ASML의 첨단 장비를 확보했다고 떠들썩할 때부터 잘못된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반도체 기술이 하나의 장비에 의존할 수 있겠는가? 관심을 끌지만, 핵심을 비껴가는 뉴스는 산업을 퇴보시킨다.

반도체 산업이 걱정되어 반도체 소자와 제작 과정을 살펴보았다. 반도체 소자는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하다. 지상 층에 주민들이 거래할 상가가 있고 상부에는 주거용 아파트가 놓인다. 상가 건물에 매장들이 통로로 연결되고 주거용 아파트에는 동일 유형의 층마다 반복된다. 건설 공사는 방벽, 승강기 통로, 천장 거푸집을 세우면서 시작된다. 그 사이에 배관과 철근과 전선을 포설하고 레미콘 시멘트로 차곡차곡 채운다. 시멘트가 양생 되어 하중을 견딜 만 하면 위층에도 동일 작업을 반복한다. 반도체 부품은 고순도 웨이퍼에서 시작된다. 웨이퍼에 산화막을 입히고 패턴을 새기고 화학 약품으로 깎아 낸다. 여기에 이온을 국부적으로 주입하여 전류가 흐를 통로를 낸다.

차이라면 주상복합 건축에서는 수작업으로 이뤄지지만, 반도체에는 회로가 나노미터 정도로 좁아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그중의 하나가 ASML 노광장비이다. 주상 복합에서도 수평 통로와 승강기 수직통로가 중요하듯이 반도체에서도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중요하다. 그런데 승강기의 통로는 눈에 보이지만 반도체의 통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소량 이온이 주입된 웨이퍼는 전자가 흐르는 도체로 변한다.

주상 복합도 종류가 많듯이 반도체도 종류가 많다. 휴대폰 안에 실리콘 반도체, 산에는 태양광 반도체, 전기충전기에는 전력 반도체도 있다. 이들 차이는 승강기 개폐 문턱이다. 주거용 승강기에는 복도에서 바로 진입하도록 문턱이 없지만 반도체 승강기 앞에는 문턱이 있다. 문턱 높낮이 조절용 회로를 적절히 구성하면 반도체 소자는 스위치로 사용될 수 있다.

기억소자인 램이나 중앙처리장치(CPU)의 문턱은 낮고, 충전기에 사용되는 전력용 반도체는 문턱이 높다. 문턱의 디폴트 높이를 결정하는 인자는 웨이퍼 종류이다. 실리콘(Si) 웨이퍼는 문턱이 1V이고 실리콘카바이드(SiC)의 문턱은 3V 정도이다. 왜 문턱에서 차이가 나느냐 하는 문제는 현대 물리학인 양자 역학을 풀면 나온다.

일반 독자를 위해 반도체 제조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했지만, 이공계 졸업자는 설비를 보면서 1주일 정도 설명을 들으면 반도체 제작 원리와 방법을 깨칠 수 있다. 화학 지식으로 무장되었지만 필자도 인터넷 검색과 논문을 읽을 것이 전부이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기술을 막는다고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1등에 올라간 사람들이 2등의 추격을 장비나 근무 시간으로 유지할 수 없음을 안다. 누구나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듯이 누구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최정상 제품은 위에서 언급한 원리만으로 제조되지 않는다. 수많은 실험 이후에 겪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반도체 소자의 품질은 소자의 크기, 회로의 두께, 소비 전력, 발열량, 작동 온도 등이다. 이들 품질은 순도, 빛, 접촉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품질도 시행착오 끝의 행운이 아니라 과학기술 이론으로 예측된다. 원리를 아는 전문가는 최적화에도 뛰어나다. 과학논문을 게재하는 후발국의 과학자들이 이 정도의 실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반도체의 선발 주자이지만 후발 주자와도 서로가 공개된 원리에서 게임을 한다. 반도체도 이제 규칙이 공개된 스포츠 게임이다. 규칙 인지보다는 신진서와 손흥민 선수를 보유한 팀이 이긴다. 스포츠 관중은 게임에서 말보다 손발로 승리를 보여주는 선수를 알지만 불행하게도 국민은 반도체의 전문 기술자를 구별 못한다. 지도자는 제도 개선으로 만족하지 말고 말이 아니라 손발로 뛰는 선수도 유심히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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