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B금융그룹배, 익성배 등 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선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고진영(17·은광여고)이 캐디로 변신, 선수를 메이저 챔프에 등극시킬 기세다.
정희원(21·PING)은 14일 경기도 안산 아일랜드 리조트 코리아(파72·67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단독 선두에 랭크됐다.
선두에 오른 선수보다 더 눈에 띠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은 국가대표 상비군 고진영. 그는 올해 두 개의 대형 아마추어 대회에서 강자 김효주(17·대원외고)를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는가 하면 프로대회인 이데일리-리바트 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이름을 알렸다.
이 날은 초청선수도 갤러리도 아닌 선수의 캐디가 돼 그를 단독 선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고덕호 프로 밑에서 같이 훈련을 받으며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메이저 대회를 경험하고 싶은 고진영의 부탁으로 정희원의 골프백을 멨다.
고진영은 “큰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프로 언니들의 샷을 더 많이 느껴보고 싶어서 일부러 희원언니에게 부탁했다”며 “역시 프로들이 다르긴 다르다”는 느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정)희원 언니와 말이 잘 통한다. 경기 중에 언니를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같은 선수 입장이기 때문에 언니가 뭘 생각하는지, 뭘 원하는지 파악하기 쉬웠다”며 “둘 다 먹는 걸 좋아해 주로 음식 얘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프로선수의 골프백을 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양제윤(20ㆍLIG손해보험)과 이솔라(22)의 캐디로 경기에 참가한 적이 있다. 양제윤과는 지난해 ADT캡스 대회에서 호흡을 맞춰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위와 4타차 선두에 나선 정희원은 “(고)진영이가 심적으로 편안하게 해주는 것 외에도 거리나 라이도 참 잘 봐줬다. 이대로라면 우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며 환상의 호흡을 전했다.
고진영은 “어제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치고 라면과 김밥을 먹으러 가자고 얘기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막창을 먹으러 갈 것”이라고 얘기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여고생의 모습이다.
‘만약 우승하게 되면 상금의 10%를 줘야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희원이 “당연히 줄 것이다”고 답하자 고진영이 “이참에 선수생활 접고, 바로 캐디로 전향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진영은 내년 국가대표를 목표로 이번 시즌에 임하고 있다. 내년 국가대표에 발탁되면 2014년에는 프로로 전향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