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대학에 목매는 교육…'마이스터' 없이 미래 없다

입력 2011-01-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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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적성보다 대입 겨냥 학습, 독일·스위스는 기능인 우대로 경쟁력↑

우리나라 교육의 오랜 논란은 ‘학교 평준화’와 ‘3불 정책’이다. 학교 평준화 정책은 고교 입시에서 학교별로 뽑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3불 정책이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이다. 이 정책들은 대학의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과 정부의 교육평준화정책이 맞물려 대학과 정부 사이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재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누구나 거치게 돼 있는 초·중등교육은 그 중요도면에서 대학에 못지 않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1시간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아도 침 튀기며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감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복 및 두발자유화, 체벌금지, 0교시, 방과후 수업, 자사고, 입시교육 위주 교과내용 편중 등등.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피상적인 사례일 뿐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핀란드다.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삼림으로 목재를 제외하고는 자원이 부족하고 러시아와 스웨덴 등에 둘러싸여 700년 동안이나 식민지로 전락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역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강국이자 세계 제일의 선진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핀란드가 꼽히기도 한다.

특히 핀란드는 OECD주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매번 1~2위를 기록하는 교육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 평가에서 때때로 1위도 차지하는 한국의 교육도 핀란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핀란드의 경우 정규수업 외 공부시간은 일주일에 약 7시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학원에서만 하루 3~4시간을 보내는 등 약 20시간을 공부한 결과라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 못한다. 이는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능력인 ‘창의성’보다는 학생들끼리 암기력을 통한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핀란드는 또 국가가 태어날 때부터 보장하는 평등한 육아조건에서 큰 아이들은 중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토론식 학교교육으로 경쟁이 아닌 협동심을 기르고 사교육이 없어 그 시간에 자유로운 취미활동을 한다.

핀란드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학교 간 학력 차이도 가장 적다. OECD가 지난 2006년 발표한 지표를 보면 핀란드는 학교 사이의 학업성취도 편차가 4.7%로, 2위인 아이슬란드(9.3%)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31.8%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로 치면 서울 강남지역과 두메산골 학교 사이에도 학력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대학진학률 80%의 허상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스위스와 독일은 대학진학률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정밀공업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독일은 마이스터로 불리는 기능인 우대 정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 역시 세계에서 대학생 비율이 가장 적은 나라지만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 기능인과 마이스터를 우대하는 일관된 국가정책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인문계고를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짜는 한국과는 상반되는 모습들이다.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쓴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해 한국교육의 현실을 비판해 주목받았다. 장 교수는 대학을 많이 간다고 해서 경제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한때 스위스대학 진학률이 OECD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지금은 제일 잘 사는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그중에서 돋보이려면 석,박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실제 일에 대해서 배우는 내용은 더욱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스위스는 의무교육 과정인 9년의 초·중학교(Volksschule)를 마친 15세가 되면 인문계 고등학교(Gymnasium)로 진학하는 20%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이 직업훈련학교(Beufslehre)로 간다. 스위스 직업훈련학교는 학교생활 대부분을 현장에서 실습하는 데 할애해 졸업 후 바로 기업에서 채용하더라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직업훈련생의 80%를 수용하면서 이들을 마이스터로 키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적과 적성에 따라 인문계로 갈지 실업계로 갈지 진로를 결정한다. 초등학교를 마친 학생의 75%가 직업학교로 가 직업훈련생이 되는 독일에서는 이들의 83%가 중소기업에 취직해 기업과 훈련센터를 오가며 기술을 익혀 전 세계가 기술로 인정하는 마이스터로 다시 태어나 독일 산업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학원업계에 따르면 실업계 학생들의 80% 가량이 대학 진학을 원하고 실제로 50% 가량은 대학에 진학한다. 직업훈련을 위한 실업계고에서 대학진학반이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16.7%에 불과하다. OECD 국가 가운데 중등직업교육 비중 23위, 청년 체감 실업률 23%. 이게 우리나라 직업 교육과 청년 실업의 현주소다.

서울의 한 예술고 교사는 “우리나라는 실업고등학교라는 이름 자체가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최근에 실업계 학교들이 간판을 정보고, 마이스터고 등으로 바꿨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정책이 없는 한 그냥 실업고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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