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끓어 넘치는데”…임계점 도달한 집값, 정부 금리 인상 ‘딜레마’

입력 2024-08-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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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정책 갈림길에서 수렁에 빠졌다. 집값은 수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서울에선 신고가 경신을 앞두거나 이미 돌파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내수 부진 우려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집값 급등에 금리 인하는 언감생심인 셈이다.

26일 본지가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개 지역 내 대표 단지 몸값이 최근 2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20개 자치구 가운데 14곳은 최근 3개월(6~8월) 이내에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월 이후 이날까지 주요 단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 최대 규모 단지인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4억 원에 손바뀜됐다. 2022년 9월 같은 평형은 13억8000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1년 10개월 만에 10억2000만 원 치솟아 24억 원을 기록했다. 상승률로 따지면 73.9% 수준에 달한다.

강남구에선 2022년 8월 대비 집값이 두 배 오른 실거래도 포착됐다.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형은 2022년 8월 15억 원에 팔렸지만, 해당 평형은 지난달 3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약 2년 만에 17억5000만 원 상승한 금액이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집값이 훌쩍 뛰어 전용 84㎡형 기준 10억 원을 회복한 곳이 속출했다. 중랑구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는 지난해 10월 9억5000만 원에서 지난달 2억5000만 원 오른 12억 원에 거래됐다.

집값 내림세가 한창이던 2022년 대비 서울 아파트값 회복세가 빠르게 확산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이 직전 신고가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직전 최고가의 평균 90%까지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 직전 최고가 대비 평균 실거래가격은 서초와 용산구의 경우 99%까지 올랐고, 강남구 97%, 마포·종로구 95%, 성동·중구 93%, 양천·송파·광진·영등포구 92% 등으로 나타나 핵심지는 사실상 전고점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집값이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논의할 상황에서도 ‘금리 동결’만 언급 중이다.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정부는 금리 인하 시 대출량 확대로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비율(DSR) 시행 등으로 대출량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한 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강경 발언이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긴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향후 국내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한국은 2분기 GDP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했고,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5월보다 0.1%포인트 낮추는 등 모든 상황이 고금리를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부동산 가격 때문에 금리를 올리거나 유지하면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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