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Not by AI', 들불처럼 번진 인공지능에 대한 반발

입력 2024-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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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정말 싫어한다"

제임스 쿠다 프로크리에이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사 앱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한 말이다. 프로크리에이트는 아이패드 전용 드로잉 앱이다. 섬세한 필압 인식과 질감 표현 기능으로, 디지털 드로잉 앱이지만 실제 종이 위에 그리는 느낌을 구현했다. 그 결과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자라면 누구나 쓰는 앱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크리에이트의 행보는 IT업계 전체 트렌드에 역행한다. 어도비가 생성형 AI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제임스 쿠다 CEO는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우리 제품은 항상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설계되고 개발된다”면서 “나는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콘텐츠 창작 업계에서 AI에 대한 우려와 반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과 미국작가조합은 AI 도입에 반발해 5개월간 파업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노조와 스튜디오의 합의안에는 AI가 작가의 저작권 및 보상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는 또 인간이 만든 작품을 인증할 수 있는 'Not By AI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창작자들이 AI 없이 콘텐츠를 창작했다면 작품의 하단에 배지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Not By AI 프로젝트 측은 "AI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사용하여 훈련된다"면서 "인간이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중단하고 AI에만 의존한다면 전 세계의 온라인 콘텐츠는 반복적이고 정체될 수 있다"며 프로젝트 진행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도 문화콘텐츠 사업이 고도화된 만큼,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AI가 제작한 웹소설 표지 등이 등장해 작가들의 반발을 샀다. AI가 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콘텐츠를 창작자 동의 없이 학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웹툰 불법 유통 플랫폼이 활개를 치며 작가들의 IP(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법 유통된 콘텐츠가 생성형 AI 학습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만큼, AI가 낳을 사회문화적 갈등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달 초 발효된 유럽연합(EU)의 AI 기본법은 시민의 기본권 보호에 맞춰 AI 윤리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26일 국회 과방위가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AI 관련 법안을 논의를 시작했다. 사실 이날 오전 회의 내용 대부분이 방심위와 방통위였지만, 일단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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