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구인구직 데이터 학습한 AI ‘룹’ 활용
무하유 ‘몬스터’로 역량 검사ㆍAI 면접 등 지원
AI 채용 시스템 윤리성ㆍ신뢰성 문제는 한계
인공지능(AI)이 채용 과정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기업은 채용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있고, 취업준비생 역시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 작성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3일 정보통신업계(ICT)에 따르면, 취업플랫폼 자소설닷컴을 운영하는 앵커리어는 ‘AI 마스터 자소서’ 기능을 선보였다. AI 마스터 자소서는 취업 준비생의 이력 및 경험, 직무 강점을 AI로 분석해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해준다. 대표 문항 각각에 대한 마스터 초안도 제공한다. 앵커리어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 인터뷰를 했을 때 AI 기술에 대한 활용도가 높았다”며 “AI 트렌드를 활용해 자소서도 작성하고 면접도 준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관리(HR) 전문기업이 구인·구직 거대언어모델(LLM)을 상용화한 사례도 있다. 잡코리아, 알바몬 등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잡코리아는 4월 ‘룹(LOOP)’을 출시했다. 룹은 2200만 건 이상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LLM 기반 AI 솔루션이다. 룹은 맞춤형 채용 건을 구직자와 구인 기업에 연결하는 인재 매칭 서비스 ‘원픽’에 활용됐다. 이력서 요약과 추천 인재 사유 설명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고객의 채용 AX(AI 전환)를 위한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도 있다. 무하유는 AI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을 내놨다. 표절이나 기업명 오기재 등 감점 사유를 포착할 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 고역량자를 선별한다. 무하유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한 부의 평균 검토 시간이 기존 10분에서 프리즘 도입 후 8초로 줄었다.
무하유는 프리즘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도 공개했다. 직무별 21만 개 이상의 질문을 사전 학습한 AI를 활용해 맞춤형 질문을 생성한다. 면접 특화 스피치 투 텍스트(STT) 기술을 활용한 AI 면접도 제공한다. 몬스터는 구직자의 면접 내용과 태도를 표정, 답변 속도, 답변 유창성, 억양 등 기준으로 평가한다. 무하유 관계자는 “(기업 고객이) 몬스터를 통해 지원자의 준비된 답변이 아닌 진실한 모습을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한다”며 “지원자의 자소서를 기반으로 특화된 면접 질문을 제공하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답변을 했는지 평가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AI가 인간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의 AI 채용 프로그램이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확인돼 도입 전 취소됐다. 영국 정부는 AI로 비자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백인보다 유색인종의 비자 신청은 더 많이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국내에서는 AI를 이용한 자기소개서 내용, 면접 답변 등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1%는 서류 전형에서의 챗GPT 사용에 ‘독창성이 없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41%는 AI를 활용한 서류가 많아짐에 따라 ‘자소서가 사라지고 다른 전형이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기술로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정보 주체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 마련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6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조치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AI로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받은 정보 주체가 설명을 요구한다면 해당 기업과 기관은 정보 주체에게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면접 등에서 탈락할 경우, 구직자는 구인기업에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현재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조치 기준’은 국무조정실에서 심의 중이며, 다음 달 중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