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개발의 경우 수천억~수조원
"일단 투자"…수익화까지 최소2년
너도나도 검증 안된 'AI 딱지'
실제론 무관하지만 'AI기업' 홍보
美 SEC 벌금 부과…국내서도 촉각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인공지능(AI) 투자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다만 AI 수익화 전략이 모호한 가운데 ‘쩐의 전쟁’만 과열된다면 ‘AI 거품론’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ICT 업계에 따르면 통신·플랫폼·시스템 통합(SI)·클라우드·보안 등 기업들이 AI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SKT는 AI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스마트글로벌홀딩스(SGH)에 2억 달러(약 2800억 원)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네이버가 앵커투자자로 출자한 ‘코렐리아 캐피탈’로 프랑스 AI 유니콘 기업 미스트랄AI에 간접 투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생성형 AI 지출이 연 평균 95.4% 성장해 2027년 260억 달러(한화 약 35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 IT, 공공, 리테일 등 분야에서 주요 지출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투자 열기는 AI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AI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인 로스 샌들러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모든 AI 설비 투자가 2000년과 같은 닷컴 버블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AI 수요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AI 열풍이 시작된 후 1670억 달러에 달하는 AI 지출은 수익이 곧 크게 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보다는 포모(FOMO) 현상일 수 있다”고 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도 “통신 3사가 AI 사업에 다 뛰어들었다”며 “가장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AI이기 때문에 AI에 대한 투자 확대를 3사가 모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 이전에 ‘일단 투자’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떠오르고 있다. AI 수익화까지는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되며 거대언어모델(LLM)이 경우 수천억부터 수조 원까지 많은 자금이 들기 때문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산업 전반에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있다”며 “보안도 같이 따라가야 한다는 흐름에서 투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AI가 실제로 어떤 수익을 내는 게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아 업계 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워싱(AI washing)’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AI 워싱은 실제로 AI와 무관하지만, 마케팅을 위해 AI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월 투자자문사인 델피아와 글로벌 프레딕션스 두 곳에 4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이 AI·머신러닝을 활용한 투자 전략 및 예측·자문 등을 제공한다는 허위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IT 업계에서도 AI 워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ICT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패션이다’라는 표현을 들어보셨냐”며 “각 분야에 모두 AI 딱지를 붙이다 보니 실용성이 있는지 검증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AI를 한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혁신성장본부장은 “앞으로 대세라는 측면에서 기업은 AI를 거역할 수 없다”며 “AI 투자의 초기 비용 부담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