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주담대 6.7조 늘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7월 한 달간 14차례 금리 인상 단행
.우리은행은 이달 2일 대출금리 추가 인상
은행 가계대출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달에만 6조5000억 원이 불어났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지난달 총 14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 조절에 나섰지만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708조5723억 원) 보다 6조5077억 원 늘어난 수치다. 영업일을 하루 남겨 뒀지만, 이미 올해 들어 최고치인 6월 증가분(5조3415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리던 인터넷은행들까지 줄줄이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잡히기는 커녕 되레 확대되는 모양새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데다 부동산 회복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을 견인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담대는 상반기에만 22조2604억 원 폭증했다. △4월 4조3433억 원 △5월 5조3157억 원 △6월 5조8466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7월(30일 기준)에도 6조7182억 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한 달에 최대 3번까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05~5.54%다. 이달 9일(연 2.87~5.70%) 보다 0.18%포인트(p) 0.16%p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담대 고정금리(5년 기준)를 0.15~0.30%p 높이기로 결정했다.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의 고정금리(2년 기준)도 0.10%p 오른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달 12일과 24일에도 대출 금리를 올린 바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주담대 금리를 0.20%p 인상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3일 주담대 금리를 0.13%p, 같은달 11일과 18일에는 전세자금대출 금리와 주담대·전세대출 고정금리를 각각 0.2%p씩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에 은행채 3년·5년물을 기반으로 하는 주담대 상품 금리를 0.05%p씩 상향했고, 같은달 29일에는 주담대 금리를 0.1~0.3%p 올렸다. 농협은행도 지난달 24일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0.2%p씩 인상했다. 주담대 수요를 쓸어담았던 인터넷은행도 속속 동참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각각 3차례, 1차례씩 주담대 금리를 높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라며 "8월에도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경우 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