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압류 9년 만에 최대…“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안 팔려“

입력 2024-07-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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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ㆍ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 늘어
대출 관련 연체율 증가로 압류 자산 추가

▲미국 플로리다주 코럴 게이블스에 나온 한 부동산 매물. 코럴(미국)/AP뉴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코럴 게이블스에 나온 한 부동산 매물. 코럴(미국)/AP뉴시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하자 2분기 부동산 자산 압류 규모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정보 제공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인용, 4~6월 미국에서 압류된 사무용 건물과 아파트, 기타 상업용 부동산 규모는 205억5000만 달러(약 28조4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1분기 대비 13% 증가한 것은 물론, 2015년 3분기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미국의 부동산 압류 규모는 2021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이전보다 급감한 데다가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난 게 주된 요인이다.

과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건물주들은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훨씬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대출을 못 갚는 차주들의 자산을 압류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대신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을 취해왔다. 대출을 연장해주고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내려가도 사무실 공실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을 깨달은 대출기관이 늘어나면서 부실 부동산의 압류가 늘어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WSJ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사무공간 수요가 더 줄어들면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앞으로 더욱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잠재적인 충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트랩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총 2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연체율 증가도 향후 압류 자산이 추가로 증가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트랩 자료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의 연체율은 이달 8.11%로 2013년 11월(8.58%)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작다. 과거 '제로(0) 금리' 시절보다 금리가 훨씬 높다 보니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자산을 정리하고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늘어난 분위기다.

부동산 부문 투자은행 이스트딜 시큐어드의 니콜라스 자이덴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사이클에선 많은 투자자가 사무용 건물의 가치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여긴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이봐, 난 싸울 생각 없어. 이제 그만둘래'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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